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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강유현]주택 공급 절벽 오는데… 동력 잃은 부동산 정책

입력 | 2024-12-22 23:12:00

강유현 산업2부 차장


내년 주택 시장에서 공급 절벽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온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2년부터 시작된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 감소가 내년부터 본격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아파트 착공부터 준공, 즉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건산연은 수도권 아파트 준공은 2005∼2023년 평균 15만6000채였지만 내년 평균을 하회할 것으로 봤다. 착공 물량이 2022년 14만 채, 지난해 10만 채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해는 1∼10월 11만2880채로 소폭 회복했으나 충분하다고 볼 순 없다.

공급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좋지 않다. 올해 미국 기준금리가 총 1%포인트 내렸음에도 연 4.25∼4.50%로 아직 높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횟수가 4회에서 2회로 줄어들 전망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면 건설사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주택 매수 수요도 줄어든다. 공급, 수요가 함께 감소하며 악순환이 벌어진다.

환율도 문제다. 19, 20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50원을 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환율이 치솟으면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이에 더해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건설업 특성상 환율 상승은 공사비 증가로 직결된다. 도심 주택 공급의 핵심 수단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은 더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법안은 동력을 잃었다. 비상 계엄으로 인한 식물 정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조차 가늠하기 어렵고, 국회도 여야 정쟁으로 사실상 멈춘 것이나 마찬가지다.

야당이 반대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건축 조합원들 입장에서 사업성을 높일 카드 하나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정비사업 단계를 축소해 사업 속도를 높여주는 ‘재건축·재개발 특례법’도 국회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야당의 거부감을 그나마 덜 수 있는 방식의 ‘법 개정’이 아닌, 대책 발표 때만 조금 더 폼나 보이는 ‘특례법 제정’ 방식을 선택한 탓이 크다.

원래대로였다면 윤석열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 착공하기로 했던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재건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등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5만여 채 공급, 내년 상반기(1∼6월) 수도권 3만 채 규모 신규 택지 지정도 계획대로 가능할지 불확실성이 커졌다.

결국 올해 여름 같은 ‘집값 급발진’이 언제든 또 올 수 있다. 지금은 대출을 인위적으로 옥죄어 급한 불만 끈 상태다. 새해에 주택담보대출이 재개되면서 수요가 자극을 받는다면 올해처럼 수도권, 그중 서울, 또 그중에서도 강남의 ‘똘똘한 한 채’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갈 우려가 있다. 분위기에 편승한 가계들은 무리해서 집을 사느라 가처분소득이 줄어들 것이다. 지방 미분양은 해소되지 않고 있어 부동산 가격 상승이 건설 일자리와 내수를 창출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거란 기대를 갖기 어렵다. 두려운 것은 국정 동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올해와 내년이 향후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강유현 산업2부 차장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