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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안정적 공급 선도… 해외 의존도 낮춰

입력 | 2024-12-24 03:00:00

[Bio 의약] 보령



보령 예산공장 항암제 생산시설 내부 모습. 보령 제공


보령(구 보령제약)의 항암제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항암제 시장점유율 1위’라는 사업적 성과도 눈길을 끌지만 그보다 항암제에 대한 보령의 ‘사명감’ 때문이다. 그동안 보령은 항암제의 안정적 공급과 암환자의 치료 여건 개선을 위해 항암제 국산화에 선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개발 어려운 항암제… 해외 의존도 높아

항암제는 해외 제품 의존도가 높아 수급 불안정의 우려가 상존하는 의약품이다. 특히 최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의약품 공급망에서도 불안정한 수급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일부 필수 항암제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암환자들이 치료 일정을 미루거나 다른 약제로 대체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국내 항암제 처방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 제품의 비중은 약 70%로 해외 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또한 항암제는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처방 선호 경향이 뚜렷하고 신약뿐만 아니라 제네릭(복제약)도 개발 난도가 높다. 임상시험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치료가 시급하고 약물 반응에 민감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험약에 대한 환자 모집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항암제 생산을 위해선 별도의 전문적인 제조 시설과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제약사가 항암제 생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보령이 선도

보령은 K-항암제 개발과 안정적 공급을 통해 항암제 주권을 확립하는 데 선도적인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사명감은 항암제가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공공재’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현재 보령은 항암제부터 항암 보조 치료제까지 3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항암 관련 의약품을 환자에게 제공해오고 있다.

이 중 보령이 생산하는 보령에피루비신염산염주(성분명 에피루비신), 이피에스주(성분명 에토포시드) 등 일부 기초 항암제는 마땅히 대체할 약물이 없는 필수 항암제로 매출원가율 100%가 넘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생산을 유지해왔다. 해당 제품의 공급 중단 시 고통받을 암환자들을 위해 열악한 채산성에도 불구하고 공급을 지속해온 것이다.

기업 차원의 노력과 관계기관의 제도적 지원, 무엇보다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난 10월에는 두 품목에 대한 약가 인상 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보령은 기초 항암제의 안정적 공급과 함께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을 통해 항암제 국산화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보령은 중장기적 차원에서 소화기암, 폐암, 여성 암, 혈액암, 비뇨기암 등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제네릭 및 개량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해외 항암제 인수 통한 국산화

보령은 자신만의 독특한 ‘LBA(레거시 브랜드 인수) 전략’을 통해 글로벌 항암제를 자산화, 내재화함으로써 해당 항암제의 안정적 공급은 물론 매출과 수익성을 빠른 속도로 늘려가고 있다. LBA란 특허 만료 후에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하는 전략이다. 자산화한 제품은 캐시카우 역할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지렛대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보령은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항암제 젬자(성분명 젬시타빈),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를 인수해 자사 품목으로 전환하고 자체 생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보령은 자사의 영업 마케팅 경쟁력을 활용해 인수한 품목들의 처방 확대에 나서는 한편 새로운 제형 개발로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 LBA 품목인 젬자는 희석이 필요한 분말 형태에서 액상으로 편의성을 개선한 ‘젬자주’ 제품을 선보이며 명실상부한 자가 제품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55% 성장하며 16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3분기까지 14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2022년 인수한 알림타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해 226억 원, 올해는 3분기까지 30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글로벌 의약품은 보령을 만나 국내에서 새로운 성장을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보령은 글로벌 항암제를 인수해 자체 생산에 성공한 능력을 바탕으로 최근 대만 제약사인 로터스와 CDMO 계약을 맺고 LBA 품목에 해당하는 항암 주사제를 위탁 생산하기로 했다. 이번 CDMO 계약은 LBA의 확장 전략이자 글로벌 수준의 제조 역량과 신뢰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보령은 국내외에서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치료제 시장을 리딩하는 다양한 오리지널 품목의 인수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영석 보령 Onco부문장은 “항암제 국산화와 안정적 공급이라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암환자의 치료 여건 개선을 위한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며 “구체적으로 혁신 신약·제네릭 의약품 등 K-항암제 개발, 기초 항암제 공급, 글로벌 의약품 인수, 해외 신약 도입 등 암 치료 옵션을 확대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