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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항암제 ‘렉라자’로 글로벌 경쟁력 증명

입력 | 2024-12-24 03:00:00

[Bio 의약] 유한양행




지난 8월 유한양행(대표이사 조욱제)이 국내 제약·바이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국산 31호 신약으로 알려진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경구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와 병용 요법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노바원어드바이저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198억 달러(약 27조 원)였으며 2033년까지 662억 달러(약 92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암은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서 크게 소세포폐암(SCLC)과 비소세포폐암(NSCLC)으로 구분하는데 비소세포폐암의 비중은 전체 폐암의 80∼85%에 달한다.

렉라자가 국산 항암제로서는 처음으로 FDA 문턱을 넘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품질, 효과 등에서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진 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입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다가오는 2025년에 렉라자의 본격적인 글로벌 블록버스터 성장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파트너사인 J&J가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 허가를 진행 중이며 렉라자-리브리반트의 전체 생존율(OS)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체 생존율은 항암제가 입증해야 할 가장 직접적인 유효성 변수다. FDA 허가 이후 미국에서 처방이 시작된 렉라자에 대한 경상기술료(로열티) 역시 본격적인 수령이 시작될 예정이다. 로열티는 J&J에 의해 해외에서 일어나는 렉라자 매출에 대한 일정 비율을 의미하며 판매되는 만큼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되는 구조다. 별개로 유한양행은 J&J와 기술수출 계약에 따라 미국 출시 등 주요 이벤트 발생 시 마일스톤 기술료를 지급받고 있다. 총 마일스톤 규모는 9억5000만 달러(1조3200억 원) 수준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글로벌 치료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환우들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2023년 하반기 렉라자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을 운영했다.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대해 보험 적용 없이 렉라자를 복용할 경우 하루 약 20만 원(연간 70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를 인지했던 것이다. 의료기관 및 환자 수에 제한 없이 대규모로 시행한 결과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900여 명의 환자가 렉라자 무상 공급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유한양행의 글로벌 신약 개발은 이제 시작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10월 2027년까지 매년 1건 이상의 기술수출, 2개 이상의 신규 임상 파이프라인 도출을 예고하며 ‘넥스트 렉라자’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가장 기대되는 신약 후보물질은 알레르기 치료제다. 2020년 지아이이노베이션에서 도입한 YH35324는 혈중 면역 글로불린 수치를 감소시켜 증상을 개선하는 약물로 전임상과 임상 1상에서 대조약 대비 안전성과 효능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형암 치료제(YH32367)와 고셔병 치료제(YH35995) 역시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글로벌 폐암 치료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렉라자의 본격적인 역사는 이제 시작됐다”며 “알레르기 치료제 등 추가 신약 개발에도 지속 매진해 R&D 프런티어로서 국내 제약 바이오산업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황서현 기자 fanfare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