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칩스법 계약 마무리 삼성 투자 축소에 보조금 26% 깎여 투자금 대비 13%… TSMC-인텔 추월 中에 쫓기고 TSMC 추격 ‘이중고’… “첨단 반도체 육성 전국가적 대응을”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삼성전자가 약 7조 원 규모의 미 정부 보조금 계약을 최종 확정지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핵심 프로젝트였던 칩스법(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계약이 일단락되며 제조까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등 첨단 반도체 시장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미 빅테크와 손잡고 앞서가는 대만 TSMC와 레거시(구형) 시장에서 추격하는 중국의 공세로 K반도체에 험난한 새해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 “파운드리 효율화 위한 투자 축소”
미 상무부는 20일(현지 시간) 칩스법에 근거해 삼성전자에 보조금 47억4500만 달러(약 6조9000억 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올 4월 예비적 거래각서(PMT) 서명 당시 잠정 합의했던 64억 달러보다 26% 줄어든 규모다.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 규모를 기존 44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로 16% 축소한 영향이 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사업 효율화를 위해 후공정 패키징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요 핵심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은 13%로 여전히 가장 높은 수준이다. 66억 달러를 받기로 한 대만 TSMC가 10%, 인텔(78억6500만 달러)이 8%다.
주요 반도체 기업에 대한 칩스법 지원이 마무리되면서 첨단 반도체 최대 시장인 미국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내년 가동 예정인 TSMC 애리조나 공장 등 제조까지 끌어안게 됐다. 미 주도의 자국 산업 육성과 대중국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며 미국 중심의 시장 재편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삼성의 투자로 미국은 세계 5대 최첨단 제조업체가 모두 진출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고 밝혔다.
● 삼성, 中-대만 ‘샌드위치’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예정대로 2026년 테일러 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대만 TSMC와 정면승부를 펼쳐야 한다. 동시에 무섭게 추격하는 중국의 공세도 따돌려야 하는 ‘샌드위치’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TSMC에 대한 미 빅테크 쏠림 현상도 높아지고 있다. TSMC 매출에서 최첨단 공정인 3나노(nm·1nm는 10억분의 1m)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6%였는데, 올 3분기에는 20%로 확대됐다. 마찬가지로 첨단으로 분류되는 5나노(32%), 7나노(17%)까지 포함하면 전체 매출의 69%에 달한다. 반면 레거시는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정책’에 따라 중국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이제 10나노 이상 (레거시) 시장에서 중국 반도체가 대만 점유율까지 뺏어 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인텔과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들의 반격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국내 인재들을 빼가려는 상황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국내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경력 면접을 잇달아 진행했고, 주요 대학에서 채용 설명회도 열었다.
심대용 동아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레거시는 더 이상 투자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첨단 반도체에서 반드시 승부를 봐야만 한다”며 “전 국가적인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