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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이겨내 줘서 고맙습니다”…감사 편지 쓴 외과의사

입력 | 2024-12-23 10:01:00

서울성모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
위암 완치 환자들 대상 감사의 손편지
“5년간 흘린 피땀 닦아주고 축하해야”



ⓒ뉴시스


 “근본적으로 병을 이겨내기까지 수술하고 검사하는 의료진의 역할이 5%라면 95%는 환자의 노력입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외과 의사가 성탄절과 연말을 맞아 위암 수술 후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들에게 쓴 편지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3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는 ‘환자의 마음에도 귀를 기울이는 의사’가 되기 위해 수술 후 5년을 맞이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실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작은 기념식을 열고 있다. 최근 송 교수는 5년간의 힘든 시간을 이겨낸 위암 환자들을 향해 축하 인사와 함께 “새로 태어난 기념으로 더 건강하고 기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되시길 바란다”면서 “잘 이겨내 주셔서 고맙다”는 편지를 썼다.

송 교수는 ‘환자에게 5년이라는 시간은…’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살면서 암이라는 극강의 상대를 만나는 경험은 그야말로 무섭고, 화나고, 슬프고, 억울한 일”이라면서 “적을 이겨내기 위해 내 몸의 일부를 파괴하는 일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의사로 만나는 이들의 사연들은 하나 하나가 다 소중하지만, 직업이고 일상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고 덤덤해지기 쉽다”면서 “그런 가운데 긴 싸움에서 승리하고 기뻐하시는 환자분들을 보면 그래도 제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것이 큰 의미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암과의 싸움에서 5년이라는 시간은 의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위암은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재발률이 극히 낮다는 사실에서 ‘5년 생존률=생존률’(5년간 잘 살아 있으면 재발없이 잘 산다)의 공식으로 설명되고는 하지만, 이 말은 반대로 암을 진단받고 치료하면서 앞으로 최소 5년간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수술과 항암 치료를 잘 끝냈다고 해도 정기 검진 때 마다 시험 통과를 기대하는 수험생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5년의 시험을 잘 끝낸 분들과 두 세평의 작은 진료실 공간에서 갖는 조그만 기념식은 이제 수술을 받는 환자의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수술이 결정된 젊은 환자 분이 ‘열심히 치료받고 꼭 교수님과 기념사진을 찍겠습니다’는 각오를 말씀하시길래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 곧 5년이 될 겁니다’고 답해드렸다”고 했다.

송 교수는 위암 환자가 5년 생존률 기준으로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의 어려움도 소개했다.

송 교수는 “5년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을 수도 있으나 아주 긴 시간”이라면서 “음식 조절을 잘 못해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하고, 심한 덤핑으로 쓰러지기도 하며, 검사 결과가 이상하다며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이니 뭐니 하는 검사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덤핑이란 위암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후유증으로 음식이 정상적인 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소장으로 한꺼번에 빨리 내려가면서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주로 복부 팽만, 오심, 구토, 발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어지러움, 빙빙 도는 느낌, 정신 혼미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PET 검사는 암 조직이 정상 조직보다 더 많은 포도당을 섭취 한다는 점을 이용해 몸 전체의 암 조직을 발견해 낸다.

송 교수는 “일상생활을 잘 조절 못했다고 주치의에게 혼나기도 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와 불안으로 집안 식구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면서 “이것저것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암 치료 후 경과는 결국 몸의 면역 상태에 의해 좌우되는데, 영양 상태가 나빠지거나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면서 “잘 먹고 체중이 늘고, 열심히 근육 운동을 해서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일부 환자 분들은 정기검진을 위해 멀리 제주도부터 부산에서, 광주에서, 머나먼 시골에서 새벽부터 4~5시간을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해 찾아와야 하는 수고를 끊임없이 해야 하기도 한다”면서 “그렇게 보낸 5년간 흘린 피와 땀을 닦아주고 축하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