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북한군 3명을 사살한 뒤 획득한 러시아 군용 신분증을 공개했다. 이 신분증의 소유자는 ‘김 캉 솔라트 알베르타비치’이지만 서명란에는 ‘리대혁’이라는 한글이 적혀 있다. 사진출처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페이스북
23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간 위성사진기업 SI 애널리틱스의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국내 무기공장 200여 곳을 전부 가동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한 무기와 탄약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DC)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러시아가 사용하는 포탄의 60%가 평양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를 지원하는 대가로 올 3월 이후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받았다. 또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러시아에 무기와 병사를 지원해 최대 55억 달러를 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통상적인 러시아 군용 신분증엔 소유자 사진과 발급 기관 도장도 찍혀 있다. 하지만 이번에 획득한 신분증에는 사진과 도장이 없었다. 특수작전군은 “러시아가 전장에서의 손실을 감추고 북한군의 존재를 은폐하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이날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주 수복을 위한 인해전술을 펼치기 위해 북한군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했지만 전술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1일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하고 있는 쿠르스크 능선을 뚫기 위해 보병을 앞세운 공세를 시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군 동원 전술을 ‘인간 파도(human wave)’, ‘고기 분쇄기(meat grinder)’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포병 진지를 구축해 버티고 있고, 은폐가 어려운 들판 지역이라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 내부에선 파병 북한군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전쟁 포로를 심문한 내용을 인용해 “그들은(북한군은) 어디로 어떻게 갈지 신경 쓰지 않는다. 미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한 러시아군 포로는 “북한군이 훈련장에서 (무기를 부주의하게 다루다) 우리 병사들 다리에 총을 쐈고, 조교가 배에 총을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