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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출생시민권으로 쪼개질 수도…트럼프, 폐지 준비 중”

입력 | 2024-12-23 15:20:00


미 수정헌법 14조가 규정한 출생시민권제를 사실상 폐지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선인 측이 각종 행정명령을 준비하며 법정 다툼까지 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수 진영에서 출생시민권제를 보장했다는 평가를 받는 1898년 ‘미합중국 대 웡 킴 아크’ 연방대법원 판결을 뒤집기 위한 시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4.11.06.

22일(현지 시간) CNN방송은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가 개헌 없이 출생시민권 취득을 제한할 우회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인수위는 미 시민권 취득을 목표로 한 이른바 ‘원정 출산’을 막기 위해 관광 비자 심사를 강화하고,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서류가 미비한 미성년자에 대해 여권 발급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시민권 취득의 문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측은 출생시민권 문제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친(親)이민 시민단체들은 “언제든 소송을 제기할 준비가 되어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출생시민권제 폐지는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미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큰 사회적 논란이 될 전망이다. 법정 다툼이 벌어진다면 행정명령을 무효화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연방대법원까지 갈 가능성도 높다. 히로시 모토무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로스쿨 교수는 “연방대법원이 2022년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을 때보다 사회적 반발이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헌법 14조는 “미국 관할권에 속하는 미국 출생자와 귀화자 모두가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관할권’의 해석을 두고 반(反)이민 강경파는 불법 이민자의 자녀는 미국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1898년 연방대법원 판결을 번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래전부터 출생시민권제를 폐지할 뜻을 밝혀왔다. 그는 8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출생시민권제를 바꿔야 한다”며 “1기 행정부 때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밀려 폐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