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7.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일주일째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서류 수령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지만 대통령실과 대통령경호처는 물론 국무총리실도 일제히 “책임이 없다”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송달을 막으라고 지시한 최종 주체를 말하지 못하면서 대통령보좌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헌재는 16일부터 윤 대통령에게 탄핵심판 접수통지와 출석요구서, 준비명령 등 서류를 보냈지만 번번이 가로막혔다. 변호인 선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할 수밖에 없었던 헌재는 대통령비서실에는 우편‧인편‧전자로, 대통령 관저에는 우편‧인편으로 최소 11차례 서류 등을 송달했다. 하지만 관저에 보낸 우편은 경호처가 대리수령을 거부했고, 대통령실로 보낸 우편은 “수취인(윤 대통령)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반송됐다. 결국 23일 헌재가 “20일 관저에 우편 도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송달 유효 선언을 하면서 탄핵심판 서류 문제는 일단락됐다.
그간 서류를 받지 않은 기관들은 “우리에겐 책임도, 권한도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대국민 담화 이후 우리는 전혀 (대통령측과) 공식라인으로 소통하고 있지 않다”며 “헌재 서류 송달 등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낼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경호처 관계자도 “기관장(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한데 대통령 직무가 총리실로 이관됐으니 기관 간의 협조와 논의를 통해 실무적으로 결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만 말했다.
이처럼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배경에는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최종 주체가 윤 대통령이기 때문인 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이들을 방패 삼아 서류 송달 단계부터 절차적 지연 전략을 펼쳐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다. 경찰이 두 차례나 시도했다 무산된 대통령실 등 압수수색 집행도 현행법상 국가 보안 시설의 책임자인 윤 대통령 승인 없이 불가능하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의 ‘셀프 거부’ 및 지연 전략에 각 기관들까지 방관하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윤 대통령의 책임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관들의 ‘권한이 없다’는 말은 대통령이 받지 말라고 한 것 아니겠느냐. 따라서 그에 대한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 시간이 더 필요할 수는 있으나 윤 대통령이 서류까지 거부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고 헌재 심리에도 결코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