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산업 활력 제고안’ 발표 공사비 할증 기준 31개로 세분화 소규모 공사 관리비 6%→8%로 공공공사 잇단 유찰에 대책 마련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주택이나 도로 철도 등 공공 공사를 발주할 때 급등한 원자재 값과 인건비 등을 반영해 공사비를 책정한다. 거듭된 유찰과 공사비 갈등으로 지연되는 주택 및 교통, 인프라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장기 불황으로 위축된 건설경기를 회복하기 위한 취지다.
정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공사비를 현실에 맞게 보정할 수 있도록 할증 기준을 31개로 세분화했다. 지하 공사가 깊어지거나 층수가 높을수록, 스마트 기술이나 특수공법을 쓰는 경우 등에 공사비를 더 책정하는 식이다.
공사비 300억 원 미만 중소 규모 공사에 대해서는 급여와 일반 경비 등 일반관리비를 늘려준다. 일반관리비 인정 비율이 현재 최대 6%(공사비 50억 원 미만 기준)에서 8%로 늘어난다.
물가 급등기 때 공사비에 상승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기준도 바꾼다. 기존에는 ‘건설공사비지수’와 ‘국내총생산(GDP)디플레이터’ 중 낮은 값만 적용했다. 앞으로는 GDP 디플레이터를 적용하고, 건설공사비지수와 GDP디플레이터의 증가율 차이가 4%포인트 이상일 때는 평균값을 적용한다.
정부가 공사비 현실화 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공공 공사가 줄줄이 유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발주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사업은 6차례 유찰 끝에 올해 5월 공사비를 2928억 원에서 3600억 원으로 증액해 수의계약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서울∼수서’ 구간의 개통 목표 시기가 2023년 말에서 2028년으로 미뤄졌다. 집중호우 피해를 막기 위한 서울 대심도 빗물터널 공사는 올 초 2차례 입찰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공사비를 1조2052억 원에서 1조3689억 원으로 증액한 끝에 수의계약을 했지만 예상 완공 시점은 2027년에서 2028년 말로 밀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민간 공사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계가 지속해서 요구해 온 내용들이 일부 반영됐다”며 “갈등이 심각한 민간 공사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