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올해 글로벌 시장 대비 한국 증시는 역대급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보였다. 미국 시장만이 살 길이라는 투자자들의 냉소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시가 총액 비중이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산 배분 측면에서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주가는 미래 성장에 대한 선행 지표라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대내외 불확실성은 이미 시장 가격에 모두 반영돼 있다. 따라서 지금은 향후 반등 구간에서 더 탄력적일 수 있는 업종과 종목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2025년 국내 주식의 대안으로 다음 3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첫째, 미국 정책 수혜 업종을 고르는 것이다. 조선은 미국과 협력이 기대되는 대표 업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올 11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업에 대한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과의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의 기술 경쟁력을 활용해 해군 전력의 우위를 지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둘째, 차별화된 성장 모멘텀이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 대상 기술 수출이 계속되고 있는 바이오, 수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미용·의료기기 섹터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빅파마로의 기술 수출을 발표한 바이오 기업들은 올해 차별화된 주가 상승을 보였다. 한국의 의료기기 기업들도 새로운 콘셉트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셋째, 한국만의 강점이 있는 비즈니스를 선택해야 한다. 미디어·엔터, 음식료가 대표적이다. 2024년에도 ‘APT’ ‘오징어 게임 시즌2’ 등 케이팝(K-POP)과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엔터·음식료 등 관련 산업으로의 확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아시아 상점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한국 라면이 이제는 미국 대형 마트에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글로벌 라면 수출액은 올해 1조5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다시 한 번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유럽 등 그동안 한국 라면 수출 성장이 높지 않았던 선진 시장으로의 수출 증가세가 고무적이다.
올해 우리 증시의 성과가 부진했지만 한국 시장 내에서도 차별화된 성장이 나올 수 있는 업종과 기업에 투자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비관론자는 명예를 얻지만 긍정론자는 부를 얻는다’는 시장의 격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