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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與, 친족회사 신고 의무 ‘동일인 제도’ 개선 시동

입력 | 2024-12-24 03:00:00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 추진
“규정 모호한 동일인에 책임 부과… 한국만 규제, 현실 반영 못해” 지적
野 호응 관건, 국회 통과 쉽지 않을듯… 공정위 “규제 완화땐 사각지대 우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는 계열회사 자료에서 친족 기업 정보를 누락해 공정위 경고를 받았다. 여기서 ‘카카오 계열사’로 적발된 초원육가공, 미트서울축산무역 등은 김 위원장의 외삼촌과 그 배우자, 아들 등이 출자한 회사다. 공정위는 “친족의 비협조 등으로 누락됐고, 친족의 독립 경영을 인정받아 고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공정위에 동일인 관련 자료 제출 의무를 누락해 제재를 받은 사례는 주요 기업마다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경우 지난해 공정위 신고에서 계열사 사외이사 혹은 계열 비영리법인 임원의 회사를 미처 챙기지 못해 누락했다. 허창수 GS 명예회장은 신고 시점에서 이미 사망했던 혈족 4촌의 현황 자료를 빠뜨려 공정위 경고를 받았다.

그간 경영 환경 및 가족 관계 변화로 재계의 개선 요구가 이어졌던 현행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제도에 대해 22대 국회 들어 첫 개정안이 발의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들도 과도한 동일인 규제 개선을 여러 차례 촉구해 왔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장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24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윤 의원은 입법 제안 이유로 “동일인 지정 제도는 동일인에게 각종 법적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고 있음에도 규제의 중요 사항인 ‘동일인’의 정의는 부재하다”며 “또한 강제 권한이 없는 자연인인 동일인에게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경영 환경과 가족 관계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시대의 흐름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1986년 도입된 동일인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있는 규제다. 주요 그룹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고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생긴 규제지만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회 변화를 반영해 2022년 동일인 친족 범위를 혈족 6촌, 인척 4촌 이내에서 혈족 4촌, 인척 3촌 이내로 축소했지만 여전히 동일인 규정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동일인의 범위를 법 조항에 신설 △계열사 사외이사·비영리법인 임원 등이 경영하는 회사를 기업집단 범위에서 제외 △지정자료 요청 대상에서 자연인인 동일인을 제외하고 법인으로 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동일인 기준도 ‘해당 회사의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소유한 최다 출자자’ ‘대표이사를 임면한 자 또는 임원의 100분의 50 이상을 선임하거나 선임할 수 있는 자’ 등으로 명확해진다.

재계는 이번 발의를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법안 통과까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이 유사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주무 부처인 공정위는 규제 완화 시 사각지대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의 규제 환경상 이미 있는 규제를 완화하는 건 매우 어렵다. 하지만 제정 당시와의 현실적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변화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바꿔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