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의회 예산안까지 뒤집자 ‘사실상 대통령직 양도’ 비판 커져 트럼프, 논란 일축하며 “믿는 사람” “우크라 전쟁 빨리 끝내고 싶다”… 푸틴과 조기 정상회담 가능성 시사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측근으로 부상하며 이른바 ‘퍼스트 프렌드’로 거론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에 대해 “(법적으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머스크 CEO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실상 ‘대통령’ 노릇을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취임 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이민 및 국경 통제 등과 관련해 자신의 정책들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상식적 혁명(common-sense revolution)을 추진해 ‘미국의 황금기’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 남아공 출신 머스크는 “대통령 못 돼”
트럼프 당선인은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가 주최한 ‘아메리가 페스트 2024’ 행사에서 차기 행정부 운영 계획 등에 대해 90분에 걸쳐 연설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최근 민주당이 새로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그들은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대통령직을 양도했다’는 것인데 아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머스크가 의회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예산안까지 뒤집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이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머스크의 대통령 설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머스크가 차기 행정부에 미치는 남다른 영향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머스크를 의식하는 발언을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연설에서 머스크에 대한 신뢰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머스크가 경영하고 있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거론하며 “난 똑똑한 사람을 좋아한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는 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펜실베이니아주에 한 달이나 머물며 우리의 (대선) 승리를 도왔다”며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 “미국 황금기 열겠다” 푸틴 만남도 시사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연설에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취임을 염두에 둔 듯 차기 행정부에서 강조할 정책 설명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그는 “새로운 행정부와 함께 미국의 황금기가 시작될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 추방에 전력을 기울일 뜻을 밝혔다. 그는 “취임 첫날 국경을 폐쇄하는 역사적인 행정 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며 “같은 날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추방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지지자들의 갈채를 받았다.
그간 필요성을 강조해 온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해선 임기 초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다”며 “푸틴이 가능한 한 빨리 만나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이 일(만남)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중동의 혼란을 멈추고, 3차 세계대전을 막겠다고 약속한다”며 “3차 세계대전은 매우 가까이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 정책과 관련해선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중단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 경제를 구하기 위해 취임 첫날 에너지 생산에 대한 바이든의 모든 규제를 종식시키고, 그의 미친(insane)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석유와 가스, 다른 것들을 많이 갖게 될 것”이라며 “당신들은 ‘대통령님, 그만하세요. (자원이) 너무 많아서 가격이 너무 내려가고 있어요’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