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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예정대로 27일 첫 탄핵재판 “尹에 서류송달 효력”

입력 | 2024-12-24 03:00:00

수령 거부에 ‘발송 송달’ 결정
尹측 “참석여부 밝히기 어려워”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서류 수취를 거부해 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하고 심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첫 변론준비기일은 헌재의 통지대로 27일 열린다.

천재현 헌재 부공보관은 23일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에 대한 서류를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19일 ‘발송 송달’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발송 송달은 서류를 우편으로 발송해 도착만 하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헌재는 16일부터 시도한 송달을 윤 대통령이 계속 거부하자 19일 재판관 평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재판관 전원이 동의해 발송 송달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19일 곧바로 탄핵심판 접수통지서와 출석요구서 등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등기우편으로 재차 보냈고, 다음 날 도착한 서류를 대통령경호처가 또 거부하자 20일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천 부공보관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당사자가 실제로 수령하지 않더라도 소송 서류가 송달 장소에 도달된 때 송달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27일로 지정한 변론준비기일도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헌재가 접수통지서 송달일로부터 7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만큼 윤 대통령은 27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심리는 그대로 진행된다. 헌재가 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과 포고령 1호를 24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 역시 시한이 동일하게 유지된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23일 “대통령은 수사보다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변론준비기일 참석 여부에 대해선 “특별한 말을 드리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이 참석하지 않으면 변론준비기일이 별 소득 없이 단시간에 끝날 수도 있다.




헌재 전원 “尹 서류 받은것과 같다”… 지연작전에도 탄핵심판 속도
[탄핵 정국]
헌재, 예정대로 27일 첫 탄핵재판
尹 대리인단 선임 등 미적미적… 첫 변론준비기일 무산 가능성도
尹측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우선”… 내일 공수처 출석 요구 불응할듯

전재현 헌법재판소 부공보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27일 예정대로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첫 서류 송달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심리가 첫발을 뗐다.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후 윤 대통령이 최소 11차례 서류 송달을 거부하자, 헌재는 ‘발송 송달을 실시해 송달 효력이 생겼다’고 23일 밝히면서 탄핵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7일로 잡힌 변론준비기일도 예정대로 진행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대리인단 불출석 등의 ‘지연 작전’을 계속 구사할 경우 심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 측은 “수사보다 탄핵심판이 먼저”라는 뜻도 이날 밝혔다. 25일로 통보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출석 요구도 응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尹, 대리인단 선임계도 미제출

서류가 소송 당사자에게 송달되지 않을 때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서류를 송달 장소에 두고 오거나 직원 등에게 전달하는 ‘유치·보충 송달’, 게시판 등에 게재한 뒤 2주 후 효력이 발생하는 ‘공시 송달’과 달리 ‘발송 송달’은 당사자가 수취하지 않더라도 우편 도착 시점에 송달 효력이 발생한다. 헌재 재판관 전원이 발송 송달에 동의했다는 것은 탄핵심판을 빠르게 진행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절차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23일에도 서류를 받지 않았고, 대리인단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이 국회 측만 참석한 채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실제 18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의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도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불출석하고 국회 측 대리인 선임도 이뤄지지 않아 3분 만에 끝났다.

석동현 변호사는 23일 “절대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어떻게 탄핵소추된 지 열흘도 안 돼서 입장을 내겠냐”고 밝혔다. 이어 “탄핵심판 과정에서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상의 문제 등을 소상하게 설명할 예정”이라면서도 변론준비기일 참석 여부 등은 즉답을 피했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심리 지연을 막을 선제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의 지연 의도가 모두의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헌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尹 측, “수사보다 탄핵심판 우선”

윤 대통령은 공수처가 20일 통보한 2차 출석 요구에도 4일째 답을 주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23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출석과 관련한 연락을 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우편과 전자 공문 등으로 보낸 출석요구서는 ‘수취인 불명’이나 ‘수취 거절’ 등의 상태라고 한다. 사실상 2차 출석요구서를 전부 받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석 변호사는 “대통령은 수사보다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 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25일 출석 여부에 대해 “언론에서 알아서 판단하길 바라고 따로 답을 주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아직까지 대통령 신분”이라며 “주된 수사 사항이 비상계엄이라고 한다면 대통령으로서는 (계엄에) 이르게 된 상황을 얘기해야 하는데 그런 수사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형사 처벌의 문제를 떠나, 주된 공론화의 무대는 공개된 탄핵 법정이며 (대통령께서) 이러한 탄핵심판에 충실히 임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탄핵심판 종료 전에는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석 변호사는 또 “대통령이 답답하다는 토로를 했다”며 “왜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러면서도 헌법 절차에 따랐고 아무런 충돌이나 인명사고 없이 수시간 만에 종결됐다는 점에서 당장 내란과 탄핵을 말하기보다 지난 2년 반 동안 (국정의 어려움을) 봐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헌재나 공수처의 서류를 받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방어권 보장 차원”이라며 “대통령 입장에서는 너무 성급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25일에도 나오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남은 시간 동안 윤 대통령으로부터 날짜 연기 요청 등 연락이 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조사에 부족함이 없게 기록 등을 검토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송 송달소송 서류를 ‘보충 송달’(직원 등이 수령)이나 ‘유치 송달’(송달 장소에 두는 것)로 송달할 수 없고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할 필요가 있을 때 법원이 활용하는 방법.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서류를 우편으로 발송하고, 우편이 도달했을 때 송달된 것으로 간주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