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도우반
중국 영화 ‘허스토리(好東西·좋은 것들)’가 20일 가까이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현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여성의 우정을 다룬 ‘페미니스트 코미디’ 영화로 입소문을 타며 극장가 연말 성수기 흥행에 성공했다. 젠더 소재를 다룬 영화가 중국 당국의 검열을 통과해 개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허스토리는 22일까지 17일 연속 중국 본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티켓 수익 6억8000만 위안(약 1530억 원)을 올렸다. 저예산 영화로 올해 중국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는 초기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감동과 해학이 풍부한, 해방감을 선사하는 영화”라는 입소문이 나며 이달 들어 뒷심을 발휘했다. 영화는 중국 영화사이트 도우반에서 평점 10점 만점에 9.1점을 받으며 올해 개봉작 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사진 출처 도우반
허스토리는 산시성 출신 여성 샤오이후이(邵藝輝) 감독(33)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영화는 기자 출신 기고가인 싱글맘 ‘티에메이’가 무명 가수 ‘예’의 옆집에 이사 오며 겪는 일화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단지 이웃이었던 두 여성은 티에메이의 9세 딸을 함께 돌보는 가까운 친구가 된다.
영화는 이들의 삶에 녹아있는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스토킹, 가정 폭력 등 사회적 소재도 다룬다. 소품과 단역 배우 등을 통해 팬더믹 봉쇄와 성소수자 문제까지 화면에 담아냈다. 관객들은 이를 찾아내기 위해 다시 영화관을 찾으며 ‘재관람’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이런 소재의 영화가 중국에서 개봉이 가능했던 배경을 두고 코미디 장르여서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 당국의 검열을 피해갔다는 시각이다. 중국 당국은 페미니즘이 반동적이라며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달 미투 운동에 나선 한 언론인은 체제 전복을 시도했다는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허스토리는 관영 매체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민일보는 개봉 직후 영화에 대해 “젊은 영화인이 일상을 통찰력 있게 풀어내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새로운 사고를 전달했다”고 호평했다. 샤오닝 루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교수는 NYT에 “중국 정부는 정치적인 선을 넘지 않는 한 부정적인 감정을 환기할 ‘구멍’을 허락해주곤 한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