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된 권영세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24/뉴스1
국민의힘의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친윤(친윤석열)계 5선 중진 권영세 의원이 24일 지명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10일 만, 한동훈 전 대표 사퇴 8일 만이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검사 출신 친윤계 중진 ‘권영세 비대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투톱 체제로 윤 대통령 탄핵시 있을 조기 대선 국면을 준비하게 됐다. 윤 대통령의 위헌, 위법 논란이 불거진 12·3 비상계엄과 이어진 한동훈 지도부 체제 붕괴 뒤 여당 내에선 비대위 성격을 두고 ‘변화와 쇄신’ ‘통합과 안정’이란 양립하기 어려운 주장이 맞서 왔다. 결국 여당이 친윤계 및 중진 주류 의원들이 주장하는 안정의 길인 ‘도로친윤당’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계엄옹호당’이란 시선을 벗을 길이 사라졌다”는 비판과 “합리적 성품을 가진 권 의원이 당의 혼란을 정리해 나갈 것”이란 옹호의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권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변화를 보이면서도 전통 보수 세력도 고려해야 하는 ‘네모난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기대에 부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26일 당 상임전국위원회, 30일 전국위원회를 거쳐 임명된다.
● 권영세 “당 안정 단합 없는 쇄신 없어”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24/뉴스1
권 의원은 비대위원장에 지명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쇄신은 사실 당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뤄질 수가 없다”며 “안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당의 단합이다. 당이 안정이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당을 바꿀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변화보다는 당의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인 권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선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대선 승리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에는 초대 통일부 장관을 맡는 등 친윤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다만 서울(용산-영등포을)에서만 5선을 한 권 의원은 친윤 색채가 비교적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당내 의원들과 두루 소통하며 극단적인 언행을 하지 않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평가가 비대위원장 지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권 의원은 2022년 대선 전 당내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가 윤석열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권 의원은 당내 계파 다툼이 극심했던 2007년 한나라당 시절에도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사이에서 중립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여당 재선 의원은 “권 의원은 화합, 조정형 인사”라며 “원내외 인사들을 아우르면서 당내 정치를 복원하게 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여당 내 “친윤 투톱, 조기대선 가면 어려울 것”
권 의원은 통화에서 ‘도로친윤’ 지적에 대해 “정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고, 계파로 볼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 등 주요 지도부 인선에 대해선 “밸런스에 맞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에 분명한 반대를 한 사람도 있고 찬성한 사람도 있지만 둘 사이에서 어느 쪽에 가까운 사람들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 일각에선 새 당 사무총장으로 친윤계인 4선 박대출 의원과 비윤(비윤석열)계인 3선 이양수 의원이 거론된다. 정책위의장은 김상훈 현 의장 유임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비상계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할 계획이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 마음이 풀릴 때까지 계속해서 사과를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