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의 진단과 치료 진단-치료 모두 여전히 불분명… 물리-약물-뇌 자극 치료법 있지만 모두 보조수단일 뿐 완치법 아냐… 여러 기술 복합 활용 늘려 정밀 치료법 개발해 나가야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영화의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를 연기했던 마이클 J 폭스는 이 영화로 일약 스타가 됐지만, 현재 파킨슨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30세를 전후한 젊은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고 1998년 밝혔다. 이후 그는 본인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파킨슨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후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80% 정도의 파킨슨병 환자는 결국 치매도 동반하게 된다. 운동 장애 증상 발생부터 치매 발생 때까지 시간은 평균 10년 정도 걸린다. 파킨슨병 환자가 정상인에 비해 뇌전증이 생길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뇌전증 환자에게 파킨슨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뇌전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2.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듯 파킨슨 질환은 많은 다른 뇌 질환과 연결돼 있다.
다른 뇌 질환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으로 파킨슨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검사는 현존하지 않는다. 진단은 환자의 증상에 대한 의사의 판단으로 이뤄진다. 혈액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단일 광자 방출 컴퓨터 단층촬영(SPECT)과 같은 영상 검사는 다른 질환을 배제하거나 보조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사용된다. 예를 들어 ‘dopamine transporter scan(DaT scan)’이라는 SPECT 영상 검사는 방사성 물질을 주사해 주사 물질이 몇 시간 지나 뇌 안의 도파민 신경세포에 있는 도파민 트랜스포터에 가서 붙으면 이걸 영상으로 촬영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파킨슨 질환과 본태성 떨림(essential tremor)을 구분하는 용도로 승인되었지만, 사실 두 질환은 증상만으로도 구분이 된다. 파킨슨 질환인지 구분하는 데는 그 이상의 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DaT scan은 보조적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직접적 진단 역할은 하지 못한다.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현존하는 모든 치료법은 결국엔 증상 조절에 실패하게 된다. 물론 파킨슨으로 내 몸을 가눌 수조차 없어 고통받는 사람들의 증상을 잠시나마 호전시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결국엔 다시 고통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니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들 치료법은 일부 증상을 완화할 뿐 모든 증상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은 아니다. 약물과 뇌심부 자극술을 최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역시 아직 미지수다.
우리 모두가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마티 맥플라이에게 매료되었던 건 단지 영화가 재밌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날아다니던 쾌활하고 에너지 넘치는 그의 모습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폭스의 그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아직은 불치병이며 명확한 진단조차 어렵지만, 미래에는 지금 개발되고 있는 여러 기술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보다 정확한 뇌 기능 진단, 그에 따른 정밀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술 발전은 고통받는 많은 파킨슨병 환자가 다시 마티 맥플라이처럼 활기차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미래를 가져다줄지 모른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