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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국의 육해공談]양적 성장한 항공업계, 질적 도약 준비해야

입력 | 2024-12-24 23:06:00

항공기 디 아이싱 작업. 동아일보DB


2024년은 한국 항공업계가 여객 및 노선 수, 공항 크기 등에서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한 해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감했던 여객과 노선 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20년 시작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도 마무리됐다.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유럽 및 미국 노선을 취항했고, LCC들은 신기종을 도입하며 신규 노선으로 진출했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인천국제공항은 11월 말 제2터미널 확장 공사를 마무리했다. 제2터미널이 기존의 2배 규모로 커지면서 인천국제공항은 연간 1억 명 이상의 승객을 처리할 수 있는 공항으로 거듭났다. 두바이 공항과 홍콩 첵랍콕 공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이런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쉬움 역시 많이 남는 한 해였다. 11월 27일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은 최악의 공항 마비 사태를 겪었다. 폭설 때문이다. 하지만 당일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상으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이미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해외 주요 공항의 경우 폭설이 예상되면 항공 당국과 항공사 등이 협조해 운항의 20∼30% 정도를 미리 결항시킨다. 결항은 피해가 큰 선택지지만 최소한 많은 승객이 공항이나 기내에서 대기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항공 당국은 11월 27일 당일에야 항공기 결항을 요청했고, 항공사와 승객의 혼란이 커졌다.

항공기는 눈이 많이 오면 ‘디 아이싱(De-Icing)’을 해야 한다. 특수 용액을 강한 압력으로 항공기에 분사해 기체에 쌓인 눈과 얼음 등을 제거하는 제방빙 작업이다. 이날 인천과 김포에선 디 아이싱 장비마저 부족했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60대 이상의 제방빙 장비가 필요한데, 현재 30여 대만 갖추고 있다. 심지어 특수 용액이 부족해 제대로 작업을 못 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시간당 항공기 70대 이상을 처리하는 인천국제공항이, 그날은 디 아이싱의 한계로 시간당 15대 정도만 처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폭설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북새통을 이뤘다. 보안 검색을 받기 위해 100m 이상 줄 서는 일이 벌어졌다. 공항 확장 공사가 끝났음에도 몰려드는 여객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보안 검색 인력 부족을 혼란의 원인으로 꼽는다. 공항 확장에 맞춰 신규 보안 장비를 도입했고, 최근엔 해외 출국자에 대해 신발을 벗고 보안 검색 엑스레이를 통과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기존보다 인력이 더 필요했다.

인천국제공항 자회사 노조 등은 공항 확장 이후 1100여 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36명만 늘리기로 했다. 그 236명마저 아직 다 충원하지 못했다.

사실 충원 자체가 쉽지 않다. 보안 검색 요원들은 입사하고 수년 동안 최저 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낮은 처우에 비해 업무 강도는 높다. 보안 사고가 터지면 법적인 책임도 고스란히 진다. 이직과 퇴사가 늘고, 남아 있는 근무자들에게 업무가 더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인력 부족과 처우 개선 요구 목소리가 수년간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도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했다.

공항 규모가 커지고, 항공사의 비행기 보유 대수가 늘었다고 해서 ‘질적으로 우수해졌다고’ 말하진 않는다. 얼마나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지가 핵심이다. 2025년엔 ‘내실을 갖춘 한 해’였다고 호평하길 기원해 본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