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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삼 남매의 저금통을 받아주세요”…또 지구대 다녀간 산타

입력 | 2024-12-24 20:59:00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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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남매가 용돈을 받아 모았습니다. 이쁜 삼 남매의 저금통을 받아주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 앞에서 발견된 상자 안에는 이러한 내용의 손 편지와 함께 1000원권 지폐 30장, 저금통, 김치, 아동용 패딩 등이 담겨있었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은 영상 속 인물의 모습, 편지의 필체 등을 토대로 상자를 두고 간 익명의 기부자가 이날까지 최소 8차례 기부해 온 것으로 판단하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채널A는 24일 오전 10시 10분경 덕천지구대 앞을 촬영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얼굴을 가린 익명의 기부자는 기부금과 기부 물품, 손 편지 등을 담은 상자를 지구대 앞에 놓고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익명의 기부자는 동봉한 편지에서 “세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하며 “아기가 있는 가정에 전달되었으면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폐지를 팔아 돈을 마련했지만 노력한 만큼의 결실은 거두지 못해 (기부를) 많이 못했다”면서도 “막내의 생일을 맞아 아들에게 뜻깊은 하루를 만들어 주고 싶어 기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족이 정성을 담아 작은 선물도 준비했다”며 “모두가 행복한 메리 크리스마스 되시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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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 근처 CCTV를 확인한 경찰은 올해 어린이날 다음날인 5월 6일 기부금, 라면 등을 담은 상자를 지구대 앞에 두고 간 인물과 동인인으로 추정했다. 익명의 기부자가 당시 편지에서 “세 아이의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점, 편지의 필체 등을 근거로 판단했다. 기부자는 당시에도 “폐지를 팔아 모은 돈으로 옷과 과자, 현금 등을 마련했다”며 “한 달 동안 땀 흘리며 노력했는데 많이 (기부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적었다.

6일 오전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에 자신을 ‘세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한 남성이 두고 간 상자 안에 라면과 과자, 1000원짜리 지폐 30장이 든 편지봉투가 담겨 있다. 덕천지구대 제공

정학섭 부산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 팀장은 채널A와 인터뷰에서 “덕천지구대에서 근무했던 경찰관들에게 물어보니 이분이 과거부터 여러 차례 기부를 했다고 말씀하더라”며 “경찰관으로서 사실 조금 부끄럽다. 같이 기부도 하고 이래야 하는데 실천을 잘 못하지 않느냐. 그런데 이분은 비록 형편은 넉넉지 않지만 마음만은 엄청난 부자인 것 같다. 참 본받을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의 기부자가 전달한 기부금과 물품은 행정복지센터로 전달돼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사용될 예정이다.



안녕하세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첫째는 장애 3급, 저희는 수급자 가정입니다. 제가 폐지를 팔아 돈을 마련했지만, 노력한 만큼의 결실은 거두지 못해 (기부를) 많이 못했습니다. 추운 겨울, 도움이 필요한 애기 가정에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막내의 생일을 맞아 아들에게 뜻깊은 하루를 만들어 주고 싶어 기부하게 됐습니다. 지폐가 깨끗하지 않아 은행에 가서 깨끗한 지폐로 교환했습니다.

저희 가족이 정성을 담아 작은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받아주세요. 김장 김치와 패딩입니다. 김장 김치 맛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맛있게 드세요. 패딩이 아이의 마음에 들지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폐지 저금통은 삼 남매가 용돈을 받아서 모았습니다. 이쁜 삼 남매의 저금통을 받아주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모두가 행복한 메리 크리스마스 되세요.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2024.12.24. 세 아이 아빠 올림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