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동의 못 얻은 채 권한대행 탄핵소추 선언하면 국가 분열 법적 사유 없이 다수 장관 탄핵소추로 국무회의 기능 마비시키면 국헌 문란
송평인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과 배후의 원탁회의 세력은 올 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으로든 뭐로든 임기 전에 끌어내려야 한다는 말을 거침없이 해왔다. 그런 민주당조차도 예상할 수 없었던 윤 대통령의 우스꽝스러운 계엄으로 민주당은 바라던 조기 대선의 목표에 거의 다가섰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쯤에서 더 이상의 정치적 완력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 탐욕을 부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하거나 아예 국무회의를 정지시키기 위해 남아 있는 국무위원 15명 중 5명을 탄핵소추한다면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처럼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 아니면 총리 등 기타 공직자처럼 과반의 동의만 얻어도 되는지 헌법적으로 불명확하다. 따라서 민주당이 과반의 동의만 얻어 탄핵소추한 뒤 한덕수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됐다고 선언해 버리면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측에서 거세게 반발하면서 국민이 양쪽으로 나뉘어 서로에게 실력을 행사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법적인 탄핵 사유가 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헌법학자들이 대체로 권한대행의 권한은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학설일 뿐이다. 역사적 경험이 축적된 상태에서 진지한 연구를 통해 도출된 학설도 아니다. 권한대행이 재임하는 시기는 공위(空位)의 시기여서 얼마든지 국가적 비상사태가 날 수 있다. 그런데도 권한대행의 권한을 헌법적 근거도 없이 선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어리석은 자승자박이 된다. 무엇보다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해 내린 유권 해석이 없다. 단지 권한대행은 수권(授權)이 국민으로부터 직접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권한 행사를 자제하도록 권고받을 뿐이다.
또 민주당이 국무위원 5명을 동시 탄핵해 정족수 미달로 국무회의 개최가 불가능해진다면 그 자체로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 된다. 계엄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소집됐지만 심의는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국무회의는 의결기관이 아니어서 찬반 의견이 법적 의미를 지닌 것도 아니지만 총리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무위원들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따라서 국무위원들에게는 법적인 탄핵 사유가 없다. 그런데도 국무위원들을 탄핵해 국무회의 개최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국헌문란 행위에 해당한다.
내란죄에는 형법상 최광의(最廣義)의 폭력 개념이 적용된다. 대법원은 1997년 전두환·노태우 재판에서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 자체를 폭동이라고 보고 이들에게 내란죄를 적용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지만 국회 기능을 마비시킬 목적으로 행사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내란죄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민주당의 탄핵소추권 행사도 국회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지만 법적 사유도 없이 국무회의의 기능을 마비시킬 목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라면 마찬가지로 내란죄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의 내란 시도도, 국회의 내란 시도도 국민은 주권자로서 막아야 한다. 필요하면 저항권을 행사해서라도.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사실상 극복했다. 그 정도면 됐지 뭘 더 원하는가. 더 이상의 정치적 완력을 행사했다가는 뼈다귀를 물고 다리를 건너던 개가 물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그 뼈다귀까지 얻겠다고 짖는 바람에 물고 있던 뼈다귀까지 놓치는 개꼴이 될 수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