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 4개월만에 女 프로농구 ‘신인왕 예약’ 재일교포 홍유순 ‘국보센터’ 박지수 기록 뛰어넘어… “요즘 경기 많이 뛰고 주목도 받아 ‘내가 한국WKBL 선수구나’ 실감”… ‘신인왕-국가대표’가 한국행 목적 최근 4경기서 팀 분위기 반등 견인… 올스타 휴식때 ‘감’ 떨어질까 걱정도
여자프로농구 신인 최초로 네 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대형 루키’의 탄생을 알린 홍유순이 23일 경기 용인시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뇌종양으로 잠시 지휘봉을 내려 놓은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은 이날 수술 후 처음 훈련장을 찾아 “(홍유순이) 정말 히트상품 아니냐. 올시즌 코치진의 프로젝트가 ‘유순이 신인왕’이었다. 수술도 잘된 만큼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용인=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24∼2025시즌 여자프로농구(WKBL)의 최고 히트상품 홍유순(19·신한은행)은 팬들에게 ‘갑자기 툭 튀어나온’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번 시즌 신인인 홍유순은 최근 네 경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고교 시절부터 ‘국보센터’라 불린 박지수(26·갈라타사라이)가 2016∼2017시즌 세운 신인 최다 연속 경기 ‘더블더블’ 기록(3경기)을 갈아치웠다.
재일교포인 홍유순은 4개월 전만 해도 팬들 앞에서 농구를 해본 적이 없던 선수였다. WKBL에 오기 전까지 오사카산업대 소속으로 일본 대학 리그에서 뛰었을 뿐 프로 경험은 없었기 때문이다. 홍유순이 뛰던 체육관 관중석에는 부모님, 친구의 부모님 등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러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신한은행이 홍유순에게 한국행을 제안하면서 그의 ‘코리안 드림’이 시작됐다. 드래프트 참가자 가운데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뒤 “신인왕과 국가대표가 목표”라고 말했던 홍유순은 연속 경기 더블더블 기록으로 신인왕은 사실상 확정한 분위기다.
그러면서 “최근 출전 시간이 늘면서 경기 감각이 올라왔는데 올스타 휴식기 때 쉬면 감각이 떨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1일까지만 해도 시즌 전적 2승 9패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었지만 홍유순이 연속 경기 더블더블을 기록한 최근 네 경기에서는 3승 1패로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홍유순은 최근 다섯 경기는 전부 35분 이상 뛰었다. 특히 9일 BNK전 때는 1초도 쉬지 않고 40분을 모두 뛰었다. 홍유순은 “일본에서는 웬만하면 교체 없이 40분 내내 뛰었다. 체력은 자신 있다”며 “앞으로도 40분 다 뛸 자신이 있다”고 했다.
홍유순은 중학생이던 2017년 WKBL 신인드래프트 현장을 찾은 적이 있다. 홍유순은 “당시 일본에서 농구 에이전시를 하던 재일교포 한 분이 ‘WKBL에도 재일교포 선수가 있다. 여러분도 도전할 수 있다’면서 데려와주셨다. 그때 WKBL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했다.
당시 드래프트 때 황미우(33)가 전체 5순위로 삼성생명의 지명을 받으면서 WKBL 제1호 재일교포 선수가 됐다. 2020∼2021시즌까지 선수로 뛰었던 황미우는 현재 신한은행에서 통역 담당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한국말이 서툰 홍유순의 인터뷰 통역도 황 매니저가 맡는다. 홍유순은 “그때는 내가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을 줄 생각도 못했다. 그때 본 (황미우) 언니와 이렇게 한 팀에서 다시 만난 게 기적 같다”고 했다.
일본 여자프로농구 올스타팀을 초청해 한일전 형식으로 22일 올스타전을 치른 WKBL은 새해부터 시즌 일정을 이어간다. 홍유순은 다음 달 2일 하나은행전을 통해 5경기 연속 더블더블에 도전한다.
용인=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