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암살 작전 이례적으로 인정 하마스-헤즈볼라 무력화 이어 후티 반군 향한 공격강도 높일듯
이스라엘이 7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폭사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암살 배후가 자신들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또 최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예멘의 친(親)이란 시아파 후티 반군을 겨냥해 “지도부를 참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강한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여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무력화 작업에서 분명한 성과를 거두자 후티에 대해서도 공격 강도를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23일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서 “우리는 후티를 강하게 공격할 것이고 그들의 지도부를 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츠 장관은 “우리가 테헤란과 가자, 레바논에서 하니야와 (야흐야) 신와르, (하산) 나스랄라에게 했던 것처럼 (후티의 본거지인) 호데이다와 사나에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하니야를 이어 하마스 최고지도자에 오른 신와르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였던 나스랄라를 각각 10월과 9월 제거했다. 이스라엘은 두 사람의 사살을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벌인 전시 군사 작전의 일환으로 즉시 공표했다. 반면 이란에서 이뤄진 하니야 암살에 대해선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는 이른바 ‘NCND’ 태도를 보여 왔다.
이스라엘이 자신들이 진행한 해외 암살 작전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최근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는 후티 지도부에 공포감을 전달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삐삐 테러’가 10년 전부터 준비한 첩보 작전의 결과라며 “다친 사람들이 레바논을 걸어 다니며 ‘이스라엘을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후티 등에 대한 공격적 행보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이번 전쟁 내내 이스라엘을 지지해 왔다”며 앞으로도 친이란,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에 대한 강경 대응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은 24일 국가비상사태도 1년간 연장하기로 했다. 이 역시도 현재 진행 중인 군사 작전을 지속할 것임을 보여 주는 조치로 여겨진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