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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마법’ 사라진다… 인적분할때 신주 배정 금지

입력 | 2024-12-25 01:40:00

“기존 대주주, 추가 자금 안들이고
신설 법인 지배 강화” 비판 잇따라
금융위 “합병때도 신주 배정 금지”
재계도 “주주 보호” 수용 분위기




앞으로 상장사가 사업 구조 개편이라는 명목으로 인적 분할을 할 때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대주주가 인적 분할을 하면서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자사주에 배정된 신주만큼 신설 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자사주 마법’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상장사가 인적 분할 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할 수 없도록 명확히 규정했다. 또 동일한 취지에서 상장사가 다른 법인과 합병하는 경우에도 소멸 법인이 보유하는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시행은 31일부터다.

자사주는 회사가 본인이 발행한 주식을 재취득해 보관하는 주식으로 의결권·배당권·신주인수권 등 거의 모든 주주권이 인정되지 않아 ‘금고주’라고도 불린다. 자사주 취득은 기업 이익을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점에서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 환원 수단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사주가 주주 가치 제고가 아닌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기업이 인적 분할을 하면 기존 주주가 그 비율만큼 신설 기업의 주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때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에도 신주가 부여된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가 별도의 자금 투입 없이 신설 회사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법에서는 인적 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하는 것을 규제하는 명확한 법령이나 판례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자사주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 일정한 제한 장치를 두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하는 측면은 있지만 인적 분할에 한해 적용되는 규제인 데다 주주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만큼 적극 반대하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지난해에는 제도 개선을 앞두고 “기업에 대한 재산권 침해와 경영권 불안이 우려된다”며 반대 기류가 강했지만, 이후 도입 과정에서 정부 절충안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그간 소수 주주 보호가 미흡했던 부분이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있고, 여러 대응책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도 그 한 사례로 수용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또 임의적인 자사주 보유·처분에 대한 시장의 감시와 견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공시를 강화하도록 했다.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 주식 총수의 5% 이상이 되면 보유 현황과 목적, 추가 취득 등 향후 처리 계획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 공시해야 한다. 자사주 처분 시에는 처분 목적, 처분 상대방과 선정 사유, 예상되는 주식 가치 희석 효과 등을 담아 공시하도록 했다.

한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확산 등으로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시장 참여자와 기업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올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금액은 18조7000억 원, 소각 금액은 13조9000억 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각각 약 2.3배, 2.9배 증가한 숫자로, 최근 7년(2018∼2024년) 중 최대 규모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