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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vs 밤’ 맞붙은 두 여성 작가… 그 끝엔 ‘공존과 희망’

입력 | 2024-12-25 01:40:00

북서울미술관 타이틀매치 ‘돌과 밤’
홍이현숙, 인수봉 탁본한 신작 공개
염지혜, ‘밤’ 모티브로 영상 등 선봬
회화 등 39점… 내년 3월 30일까지




홍이현숙 작가의 신작 ‘당신이 지금 만지는 것―인수봉’의 영상 작품 스틸컷.

홍이현숙 작가가 베테랑 등반가들과 협업해 북한산 인수봉을 광목천에 프로타주(탁본)한 작품을 공개했다. 세로 11.25m, 가로 1.6m 광목천 6줄로 된 설치 작품과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 인수봉의 소리를 담은 음향 1점으로 구성된 신작의 제목은 ‘당신이 지금 만지는 것―인수봉’이다. 이 작품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5일 개막한 전시 ‘돌과 밤’에서 볼 수 있다.

‘돌과 밤’은 서울시립미술관이 매년 여는 기획전 ‘타이틀 매치’ 시리즈의 올해 버전이다. 2024 타이틀 매치는 퍼포먼스 작가 홍이현숙과 염지혜를 초청해 10년 만에 여성 작가 2인전으로 구성했다. 두 작가는 기후 이변, 전쟁 등 세계가 처한 위기를 통찰하는 신작 4건과 영상, 설치, 회화 등 작품 35점을 전시한다.

홍이현숙 작가가 비석과 바위를 닦아내는 것은 인간과 비인간인 ‘돌’이 하나의 자연으로 서로 얽혀 있다고 보고, 그것에 직접 손을 맞대고 접촉함으로써 이해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 위한 것이다. 또 그는 ‘돌’을 주제로 여러 작품을 선보였는데, 그중 하나인 영상 작품 ‘아미동 비석마을’도 새롭게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공동묘지로 사용됐던 부산 아미동 비석마을을 배경으로, 비석에 얽힌 상상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염지혜의 ‘마지막 밤’ 스틸컷.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밤’을 모티프로 하는 염지혜의 작품은 ‘만일 지금이 이 세상의 마지막 밤이라면 어떡하나?’라는 위기감에서 ‘불’, ‘가속’, ‘지연’ 같은 개념들을 인간의 형태로 등장시킨 이야기를 영상으로 구성했다. 또 이 작품과 연결되는 영상 작품 ‘한낮의 징후’는 그러한 위기 앞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미술사 속 인물부터 파란 가재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그려냈다.

두 작가가 협업한 작품도 전시됐다. ‘돌과 밤’은 두 작가가 5개의 키워드로 작성한 짧은 글을 목소리로 주고받는 소리를 녹음한 것이다. 바다 생물과 인간의 몸 사이에 접점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바다생물 다라니’를 함께 읊는 것으로 시작해, 홍이현숙이 ‘버드나무가 돌아왔다’를 낭독하며 공존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전시는 내년 3월 30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