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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밴드 붐’부터 ‘쇠맛 음악’까지…다양성 풍성해진 k팝

입력 | 2024-12-25 15:07:00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가요계 결산




에스파

2024년 가요계는 K팝의 명암이 공존한 한 해였다. 보이그룹 데이식스를 필두로 밴드 음악이 부흥한 것은 물론, 금속처럼 강렬하고 미래지향적인 일명 ‘쇠맛’ 느낌의 곡들로 사랑받은 에스파 등 어느 때보다 음악적 다양성이 풍부했다. 하지만 국내 최대 기획사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전 대표의 갈등과 가수들의 음주운전 등 사건 사고도 많았다. 올해 K팝 산업을 뒤흔든 사건과 인물들을 정리해 봤다.

●“맞다이로 들어와” 민희진 vs 하이브 분쟁

올해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최대 이슈는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 간의 갈등이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며 올 4월 감사에 나섰고, 민 대표는 “보복성 감사”라며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의 패션과 “맞다이로 들어와”, “개저씨” 등 필터링 없는 그의 각종 발언들이 밈(Meme)화 돼 인기를 끌었다.

줄곧 민 전 대표를 지지했던 그룹 뉴진스도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이달 5일 어도어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유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하이브·민희진 사태는 성장 가도를 달려온 K팝 업계의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라며 “소송 결과가 뉴진스 뿐 아니라 엔터 업계 전반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데이식스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밴드붐부터 ‘쇠맛 음악’까지 음악적 다양성

음악적으로는 다양성을 확보한 한 해였다. 군대 제대 후 역주행을 맛본 보이그룹 데이식스를 비롯해 QWER, 잔나비, 실리카겔 등 개성 있는 밴드들이 ‘K-밴드 붐’을 이끌었다. 몇 년간 계속된 댄스 위주의 아이돌 음악이나 트로트 홍수에 지친 대중들이 밴드 음악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BTS) 등 기존 대형 아이돌들의 공백 상태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에스파였다. 올 5월 발매한 정규 1집의 선공개곡 ‘슈퍼노바(Supernova)’는 멜론 차트에서 15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아마겟돈(Armageddon)’, ‘위플래시(Whiplash)’ 등 내놓는 곡마다 히트했다. 최근 이어진 ‘이지 리스닝’ 기류를 거스른 ‘쇠맛 음악’이 오히려 대중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평이다.

블랙핑크 로제는 술게임에 착안해 만든 ‘아파트’로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등 글로벌 스타들의 약진도 계속됐다. 74세 가왕 조용필이 컴백했고, 나훈아는 다음달 1월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가요계를 떠난다고 예고하는 등 원로 가수들의 활동도 돋보였다.

●음주 운전·복무 태만 등 사건사고는 계속

반면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도 적지 않았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은 올 5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냈다. 이후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 해명을 하고, 소속사 직원에게 허위 자수를 종용해 논란이 됐다. 결국 지난달 재판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고 모든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올 8월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가 술을 마시고 전동 스쿠터를 운전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슈가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2227%로 면허 취소 기준(0.08%)을 훌쩍 넘었다. 최초 사과문에서 전동 스쿠터를 ‘전동 킥보드’로 설명하는 등 혐의를 축소하려 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서울서부지법은 올 9월 슈가에게 벌금 1500만 원 약식 명령을 내렸다.

마포주민편익시설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한 뒤 이달 23일 소집해제된 보이그룹 위너 송민호는 최근 복무 태만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시 및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사회복무요원들의 복무 실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가요계 관계자는 “K팝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스타와 소속사들의 경각심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