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시리아 다마스쿠스 북쪽 약 60㎞ 떨어진 마룰라의 세인트 조지 성당에서 성탄 미사를 마친 교인들이 크리스마스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있다. 2024.12.25.[마룰라=AP/뉴시스]
이란은 올 7월 온건·개혁 성향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취임한 뒤 서방의 경제제재 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8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며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시리아 과도정부도 국제사회에 자신들이 온건한 이슬람을 지향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동에서도 폐쇄적인 나라로 꼽혀온 이란과 시리아에서 개혁의 움직임이 계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24일 IRNA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왓츠앱과 구글플레이에 대한 차단 조치 해제를 발표하며 “인터넷 제한을 해제하는 조치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2022년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체포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뒤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자, 자국내인터넷 접속을 제한해 왔다. 이를 완화하는 것은 페제슈키안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같은날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시리아 과도정부를 주도하고 있는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자국 내 소수 종파인 기독교에 대한 탄압을 시도한 이들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전날 우즈베키스탄 출신 무장 이슬람세력이 기독교인이 대거 거주하는 수카일라비야의 광장에 설치돼 있던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질렀다. 시리아 과도정부의 실권자인 HTS 수장 아메드 알 샤라가 “어떤 종파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한 지 하루만이다. 이에 기독교인 수백 명이 가두시위를 벌이자 HTS 측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 “방화범들을 강력히 처벌하고 성탄 트리를 곧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알 샤라 역시 “시리아를 정상 국가로 만들겠다”며 서방을 향해 제재를 풀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다만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의 경우 신정일치 국가라 시아파 성직자인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권력 서열 1위이이며, 대통령의 권한이 제한적이다. 지난주 시리아를 방문해 알 샤리를 만난 뒤 과거 그에게 건 현상금 1000만 달러(약 145억 원)을 해제하기로 한 미국 고위대표단 역시 “매우 실용적이고 온건한 계획들을 들었지만,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줘야할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