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압박에도 中정부 지원 업고 ‘쑥쑥’ 파운드리업체 주가 올해 50% 올라 도요타 “상하이에 전기차 공장 신설” 현대차-폭스콘도 거액 투자 밝혀
미국의 대중 규제가 거세지는 상황에서도 중국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산업은 거대 자국 시장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고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미국의 옥죄기가 심화될수록 중국 업체들이 수혜를 보는 ‘규제의 역설’ 현상까지 보였다. 내년에도 중국의 반도체 자립과 전기차 공급망 확대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산업계가 더 큰 불확실성에 놓였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회사 나우라(NAURA)도 올해 들어 주가가 69.4% 상승했다. 2위 장비사 AMEC는 36.9% 올랐다. 나우라의 올해 3분기까지(1∼9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5% 늘었는데 회사는 “매출 급증뿐만 아니라 원가율 하락으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규제하자 오히려 중국 기업들이 더 커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 주도로 테크 기업은 자국 반도체를 쓰고, 반도체 제조사는 자국 장비를 쓰도록 해 성장이 가속화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미 대중 규제 장기화로 중국의 첨단 분야 추격을 저지하는 효과를 한국 기업이 누리려면 기술 격차 확대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 역시 올해 주가가 고공행진했다. 중국 1등 전기차 업체 BYD와 1등 배터리 업체 CATL의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49.8%, 71.0% 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올들어 각각 ―18.5%, ―45.4% 하락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중국 전기차 산업은 미국 규제와 캐즘(수요 정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성비’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중국이 추격하는 위치라면 전기차는 반대로 최선두에서 앞서가는 상황”이라며 “중국 전기차 내수 시장은 캐즘마저 비켜나가고 있어 글로벌 업체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