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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 선생님 감사합니다” 산골 학생이 보낸 편지

입력 | 2024-12-26 03:00:00

설 강사, 구례군 광의초 방문
무료로 강의하고 도서 기증도



전남 구례군 광의초교 학생이 설민석 한국사 강사에게 쓴 감사 엽서. 광의초 학부모 이명우 씨 제공


“설쌤 덕분에 역사가 재밌어졌어요.”

“도서관에 책을 기증해 주셔서 정말 잘 읽고 있어요. 다음에 또 오세요.”

연필로 꾹꾹 눌러쓴 엽서에는 시골 학교를 찾아준 강사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했다. TV나 유튜브에서만 봤던 유명 강사에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역사 강연을 들었던 진한 여운과 감동도 담겨 있었다.

한국사 강사 설민석 씨가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전남 구례군 광의면 광의초등학교를 찾은 것은 이달 9일. 체육관에서 산타양말 퀼트공예를 배우던 학생들은 설 강사가 크리스마스캐럴을 부르며 들어서자 깜짝 놀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설 강사는 학생들에게 ‘따뜻함의 리더십, 정조’를 주제로 조선 후기 성군으로 칭송받는 정조의 삶과 업적을 들려줬다. 정조가 백성을 아끼고 개혁에 앞장섰던 사례를 유머를 곁들여 풀어내며 “여러분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응원했다.

설 강사는 광의초교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한 학부모의 제안을 받고 이날 학교를 방문했다. 무료로 강연하고 도서 500여 권도 기증했다. 학생들에게 정이 듬뿍 담긴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한아름 안겨줬다. IBK기업은행에서도 학교 측에 장학금 500만 원을 기탁했다.

학생들은 20일 특별활동 시간에 설 강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썼다. 노형도 광의초교 교장은 “기부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학생들이 역사에서 배울 점을 찾고 스스로 성장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광의초교 전체 학생은 36명. 이 중 19명이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온 학생이다. 농산어촌 유학은 도시 아이들이 일정 기간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함께 교육받으며 자연 속에서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한다. 지역 아이들이 적은 인원수로 할 수 없었던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을 경험하도록 해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상생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