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이탈리아서 출발해 경주차로 명성… 2차 세계대전-경영난으로 암흑기 겪었지만 세단 등 제품군 재정비해 럭셔리카 정점 등극… 지속가능한 미래 위한 전기차 개발에도 초점
마세라티 창립 110주년 기념 모델인 그란투리스모 110 아니베사리오. 순수 전기차로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보여준다. 마세라티 제공
류청희 자동차칼럼니스트
이탈리아 사람들이나 이탈리아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세라티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브랜드다. 모터스포츠를 위해 태어나 모터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경쟁을 통해 얻은 성과로 능력을 입증받은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열정이 지나쳐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도전을 통해 얻은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는 110년 전 탄생한 마세라티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마세라티는 1920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 경주에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다른 업체의 차를 경주차로 개조해 출전했지만 그에 만족하지 못했기에 직접 경주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독자 개발한 첫 경주차인 티포 26이 완성된 것은 1926년의 일이었다. 알피에리는 그해 열린 타르가 플로리오 경주에 직접 티포 26을 몰고 출전해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경주차에는 바다의 신 넵튠(이탈리아어로는 네튜노)에서 영감을 얻은 삼지창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이 마세라티 엠블럼의 시작이었다.
2차 대전 전 마세라티의 가장 성공적인 경주차인 6CM.
마세라티는 1947년에 내놓은 A6 1500으로 일반도로용 스포츠카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효시인 1세대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21세기 마세라티 미드엔진 스포츠카를 대표하는 MC12(오른쪽)와 MC20.
마세라티 MSG 레이싱 포뮬러 E경주차는 모터스포츠라는 브랜드의 뿌리와 전기 동력원이라는 미래에 대한 도전을 상징한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제품군을 완전히 새롭게 재정비하면서 지금의 마세라티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고 지금은 스텔란티스가 된 피아트 산하 럭셔리 브랜드의 정점으로 자리 잡기에 이른다.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가 정통 스포츠카 혈통을 이어가는 사이 2010년대 중반에 나온 중형 세단 기블리와 브랜드 첫 SUV 르반떼는 브랜드가 더 다양한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리고 2004년에 등장한 MC12에 이어 2020년에 선보인 MC20은 남다른 스포츠카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은 마세라티에 지속가능성은 가장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주제다. 미래에도 브랜드의 가치와 명성을 이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서도 전동화에 가장 속도를 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마세라티는 판매 중인 모델 대부분에 전기 동력원을 얹어 배출가스 없는 고성능 럭셔리 승용차의 시대를 열었다.
2022년부터는 순수 전기차 경주인 포뮬러 E에 참여함으로써 F1 철수 후 65년 만에 1인승 포뮬러 경주차로 치르는 모터스포츠에 복귀했다. 이는 최근 MC20 기반의 경주차로 GT2 경주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한동안 떠나 있었음에도 모터스포츠라는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공개한 창립 110주년 기념 모델인 그란투리스모 110 아니베사리오가 상징하듯 마세라티는 지속가능한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의 미래를 차근차근 현실에 구현하고 있다.
류청희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