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아동’ 지원 제도 부족 13세부터 저소득층 가족돌봄 지원… 기준 미달 아동은 ‘복지 사각지대’ 어린 나이에 정서적 어려움 겪지만, 도움 요청에 대한 정보-인지 부족 전문가 “지원 위한 법적 근거 필요”
초록우산이 개최한 가족돌봄 아동 사진전 ‘보호자가 된 아이들의 하루’에 출품된 작품으로 청소년이 할머니를 돌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초록우산 제공
● 13세 미만 ‘가족돌봄 아동’은 사각지대
동수와 동민 형제처럼 가족돌봄을 담당하는 아동·청소년을 가족돌봄 아동·청소년(영 케어러)이라고 부른다. 현재 가족돌봄 아동·청소년에 대한 명확한 법적 개념과 기준은 없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2023년 이들에 대한 체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한 첫 실태조사에서 조사 대상을 13∼34세로 설정한 바 있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이 2022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초록우산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은 7∼24세 1494명 중 686명(46%)이 “가족돌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686명 중 157명(23%)은 초등학생이었다. 이 조사에서 가족돌봄 아동은 가장 힘든 점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꼽았다. 초록우산 관계자는 “가족을 돌보는 일에서 잠시 벗어나 있을 때도 끊임없이 돌봄 대상에 대해 걱정하는 심리가 두드러졌다”며 “돌봄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같은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더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선진국 상당수는 일정 연령 미만이면 모두 가족돌봄 아동·청소년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초록우산에 따르면 영국은 가족돌봄 아동·청소년의 기준을 18세 미만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호주는 25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 “도움 필요한 상황인지 인식 못해 더 위험”
특히 가족돌봄 아동들은 외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록우산이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족돌봄 아동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이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조사(복수 응답)한 결과 “아동이 자신을 가족돌봄 아동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64.3%)”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또 “가족돌봄 아동의 개념 정의 및 지원 기준이 모호하다”(60.7%), “가족돌봄 아동 맞춤형 서비스 혹은 연계 가능한 지원 제도가 부재하다(46.4%)” 등이 뒤를 이었다.
초록우산은 올 9월 국회에서 가족돌봄 아동 지원을 위한 입법 및 정책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초록우산 제공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가족돌봄 아동은 또래와 함께 뛰놀거나 미래를 준비하는 당연한 일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연령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최대한 빨리 가족돌봄 아동을 발굴하고 이들이 돌봄의 굴레에서 벗어나 국가 보호체계 안에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세심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