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10개팀 외국인 계약 마무리
30명중 17명이 한국 무대 경력자
네일-레예스 등 기존 팀과 재계약… KT-삼성은 3명 모두 ‘경력자’로
올러-어빈 등 현역 빅리거 11명 영입
한국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는 복권에 비유되곤 한다. 대박이 날 수도 있지만, 부상이나 적응 실패로 기대 이하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많은 구단이 검증된 선수를 선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팀당 3명씩 모두 30명의 외국인 선수와 계약을 사실상 마무리한 가운데 이 중 절반이 넘는 17명이 한국 무대에서 뛴 적이 있는 경력자들이다.
올 시즌 타점왕인 오스틴 딘(LG), 타격왕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홈런왕 맷 데이비슨(NC) 등이 대표적이다. 투수 중에선 KIA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제임스 네일, 롯데의 왼손 선발투수 찰리 반즈 등이 재계약에 성공했다.
KT는 2019년 입단한 오른손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와 7년 연속 동행을 이어간다. 외야수인 멜 로하스 주니어와도 재계약한 KT는 키움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데려오면서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한국프로야구 경력자들로 채웠다.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삼성도 아리엘 후라도, 데니 레예스, 르윈 디아즈 등 3명 모두 한국야구 경력 선수들이다.
두산은 다른 선택을 했다. 외국인 선수를 모두 새 얼굴로 교체했다. 세 명 모두에게 신입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액인 100만 달러(약 14억6000만 원)씩 안기며 총 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셋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왼손 투수 콜 어빈이다. 2019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에서 데뷔한 어빈은 오클랜드, 볼티모어, 미네소타를 거치며 6시즌 동안 134경기(93경기 선발)에 등판해 28승 40패,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했다. 올 시즌엔 볼티모어와 미네소타에서 뛰면서 29경기에 나서 6승 6패,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했다. 두산은 역시 왼손 투수인 잭 로그가 어빈과 함께 원투펀치로 나선다. 로그 역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세 시즌 동안 MLB에서 뛴 경험이 있다. 새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는 올해 콜로라도에서 1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1, 7홈런, 37타점을 기록한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이다.
올해 두산은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으로 속을 끓여야 했다. 브랜든과 알칸타라가 부상으로 제 몫을 해주지 못했고, 대체 외국인 선수로 데려온 시라카와, 발라조빅도 기대에 못 미쳤다. 외국인 투수 4명이 거둔 전체 승수가 15승에 불과했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 속에 두산은 KT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하며 허무하게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허경민이 KT로 떠나고, 김재호도 은퇴한 두산으로선 새 얼굴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키움은 10개 팀 중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 2명과 투수 1명으로 내년 시즌을 시작한다. 한국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쿼터가 3명으로 정해진 201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팀 타율(0.264), 홈런(104개), 득점(672점) 등에서 모두 리그 최하위에 그친 팀 사정을 고려한 선택이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 진출에 도전하고 있는 김혜성의 공백도 영향을 미쳤다. MLB 출신으로 2022년 키움에서 뛰었던 강타자 야시엘 푸이그와 지난해 삼성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가 부상으로 7경기 만에 팀을 떠난 루벤 카디네스(삼성 시절 등록명은 카데나스)가 키움의 외야 두 자리를 채운다.
KIA의 아담 올러, LG 요니 치리노스, SSG 미치 화이트 등은 올 시즌까지 MLB에서 뛰었던 투수들이다.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 메릴 켈리(애리조나)처럼 한국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MLB 복귀에 성공하는 선수들이 늘면서 한국행을 선택하는 빅리그 출신들이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