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추천권-수사범위 등 문제삼아 “막무가내 특검 거부하는 것보다, 위헌요소 빼고 선제적 발의” 목소리 재표결때 반대표 던질 명분 계산도 “오늘 의원총회 등서 의견 수렴할 것”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25일 같은 당 의원들과 성탄 예배를 드리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 정치는 광복 이후 첫 국회에서 민생과 평화를 기원했던 그 간절한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왼쪽)도 이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미사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매일의 삶 속에서 국민 여러분의 성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치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옆은 박찬대 원내대표.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을 역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막무가내로 특검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위헌적 조항을 빼고 선제적으로 발의하자는 의견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대법원장 등이 추천권을 갖는 ‘제3자 추천 특검법’이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내 관계자는 “26일 열리는 의원총회 등에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두 특검법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별검사 추천권을 갖고 여당이 추천권을 행사할 수 없는 부분을 가장 큰 위헌 요소로 꼽고 있다. 이 외에도 내란 특검법에 포함된 14건, 김 여사 특검법에 포함된 15건의 수사 대상이 모호하고 광범위하다는 부분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김 여사 특검법 수사 대상에 2022년 지방선거와 2024년 총선 공천 개입 의혹, 20대 대선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을 담고 있어 자칫 당 전체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與 내부 “민주당 산하에 검찰청 하나 생겨” 우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25일 “양대 특검법에 대해 ‘제3자 추천’ 방식 등의 대안을 담아 역제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특검 임명에서는 객관성, 중립성을 확보하고, 수사 대상에서도 부적절한 부분을 빼고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독소 조항 여러 가지가 있는 것을 빼고 한동훈 전 대표 시절에 제안했던 제3자 특검법 이런 것이 살아 있기 때문에 논의를 해보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내란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한 권한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이후 특검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선제적으로 특검법을 역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내란 특검법에는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의원들의 표결을 방해했다는 범죄혐의 사건’ 등이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자칫 여당 의원들이 ‘내란 공범’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입장이다.
● “위헌 조항 개선되면 특검법 찬성 늘어날 것”
여기에는 여야 합의로 특검법을 통과시키면서 거부권과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국정 마비와 여야 극한 대치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초선 의원은 “두 특검법에서 독소 조항이 개선된다면 특검법 발의와 통과에 찬성하는 의원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부산경남(PK) 지역 의원은 “만약 최상목 부총리까지 탄핵되면 정말 큰일 아니냐”며 “국정 마비를 막고 중도층의 마음도 돌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 재표결 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국회 본회의 통과 당시 내란 특검법에 찬성·기권한 여당 의원은 7명, 김 여사 특검법에 찬성·기권한 의원은 6명이었다. 한 재선 의원은 “특검법 통과에 찬성, 기권한 의원들의 마음을 돌려 이번에 다시 부결시키려면 독소 조항을 뺀 특검법이라는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