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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여년만에 美국조 지정 이끈 ‘독수리 덕후’

입력 | 2024-12-26 03:00:00

‘흰머리수리 국조’ 법안 직접 만들어
상하원 설득… 바이든 최근 서명



60년 가까이 독수리 관련 물품 약 4만 점을 수집해 미국 미네소타주 국립독수리센터에 기증한 프레스턴 쿡. 사진 출처 프레스턴 쿡 페이스북


미국 달러화 지폐와 미군의 다양한 상징물에 등장하는 ‘흰머리수리’가 공식적인 미국 국조(國鳥) 자리에 올랐다. AP통신은 24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흰머리수리를 국조로 지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1776년 7월 4일 독립을 선언한 미국은 1782년 국장을 만들면서 북미 지역의 토착종인 흰머리수리가 들어간 문양을 채택했다. 이후 흰머리수리는 미국의 화폐와 정·부통령 문장 등 여러 곳에서 미국의 상징처럼 사용됐으나 정부나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국조’로 정한 적은 없었다. 장미를 국화(國花), 참나무를 국목(國本), 아메리카 들소(American Bison)는 국가 포유류로 공식 인정한 것과는 차이가 있었던 것.

미 NBC방송 등에 따르면 흰머리수리가 240여 년 만에 국조로 인정받게 된 데는 평생 흰머리수리에 열정을 바친 ‘독수리 덕후’ 프레스턴 쿡(78)의 공이 크다. 1966년부터 흰머리수리 관련 물품들을 수집해 온 쿡은 2010년 미 의회에서 한 번도 국조를 공식 지정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흰머리수리의 국조 지정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직접 법안을 작성하고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필요성을 설명했다. 결국 올해 해당 법안은 상·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쿡은 NBC에 “그것(흰머리수리 국조 지정 작업)은 내가 해야 한다고 느꼈던 작은 역사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흰머리수리는 20세기 들어 서식지 파괴와 밀렵 등으로 미국에서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미 의회에서 흰머리수리 보호법을 통과시키는 등 연방 정부 차원의 보호가 강화되면서 2007년 멸종 위기종에서 벗어났다. 2020년 기준 미국 내 흰머리수리 개체수는 약 31만6000마리로 10년 전에 비해 4배 증가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