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바이든 ‘주한미군 규모 유지’ 서명… 트럼프 한달뒤 뒤집을수도

입력 | 2024-12-26 03:00:00

美 ‘2025년 국방수권법’ 전격 발효
한국에 대한 ‘핵우산 공약’도 재확인
트럼프, 취임후 거부권 행사 가능성
바이든 ‘사형수 감형’ 결정도 맹비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인 2만8500명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24일 전격 서명했다.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법을 발효시킨 것이다.

4년 전인 2020년 12월엔 당시 대통령이던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한 달 앞두고 주한미군 감축에 제한을 두는 NDAA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한국과 독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미군 철수를 제한한 이 법은 나쁜 정책이며 위헌”이라고 ‘몽니’를 부렸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은 사법부 주도권과 사형수 감형 같은 사안을 두고도 날 선 대립을 이어 가고 있다. 정권 교체기에 신구 권력의 신경전은 통상 있어 왔지만,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현 상황에서 불거지는 이러한 갈등은 미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를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바이든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서명

바이든 대통령이 최종 서명한 이번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과 함께 미군의 모든 방위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핵우산) 공약을 재확인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대(對)중국 경쟁에서 미국의 비교 우위를 강화하기 위해 한미일 3국 국방 협력 증진 방안도 마련하도록 했다.

NDAA는 미 국방부와 관련된 모든 국방 예산 및 정책을 승인하고 지침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도 명확하다. 의회가 이 거부권을 무효화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번 NDAA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전 발효돼 트럼프 당선인이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 4월 미 타임지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부유한 국가를 방어해야 하느냐”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매개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국방장관을 지낸 마크 에스퍼는 2022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2018년 1월 트럼프 당선인이 전투병력을 제외한 주한미군 가족 등 4만6000명을 철수시키려다가 발표 직전 입장을 바꿨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NDAA 서명이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에 어떤 형태로든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NDAA가 미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합의된 사안인 만큼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규모 감축 등에 무리하게 나서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 사법 주도권·사형수 감형 놓고도 신경전

사법 주도권을 놓고도 현재와 미래 권력 간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미 민주당은 지난달 대선 패배 뒤 바이든 대통령이 앞서 지명한 판사들을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에 최대한 많이 인준하려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명한 연방판사 3명은 대선 뒤 은퇴하겠다던 입장도 번복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은퇴하면 공화당 성향 판사로 채우려 했던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24일 바이든 대통령의 ‘사형수 감형’ 결정도 거칠게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트루스소셜에서 “말도 안 된다”며 “(사형수의) 범행을 들으면 여러분은 바이든이 이렇게 했다는 것을 믿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루 전 사형수 37명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피해자들의) 친척과 친구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들은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취임하자마자 폭력적인 강간범과 살인자, 괴물로부터 미국 가정과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법무부가 사형을 적극 추진하도록 지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