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헌재-법조계 “韓, 임명 가능”에도… 與 “권한쟁의 심판 검토” 등 韓 압박 내년 4월 재판관 2명 임기 끝나… 추가 임명 없으면 탄핵심판 불가능 이재명 2심까지 시간 끌려는 의도
국민의힘이 연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를 압박하고, 헌법재판관 임명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즉각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까지 나서겠다고 하는 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시계에 변수를 만들어 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헌법재판소의 현 6인 체제에선 전원이 찬성해야 탄핵소추안이 인용된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이 지연된 상태로 내년 4월 18일 두 명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추가로 끝나면 4인 체제가 돼 심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속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미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 추천한 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포함한 후보자 3명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면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이 헌법 규정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與 “권한쟁의 심판·효력정지 가처분 검토”
국민의힘은 권한쟁의심판과 함께 임명동의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법적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으로 법적 권한을 둘러싼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해 한 권한대행의 임명 시점을 늦춰 보겠다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처리하려면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혀 오던 가운데 여당이 “여야가 합의한 적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본래 9인 체제로 운영되는 헌법재판소는 국회 몫 3명 임명이 지연되면서 현재 6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6명 체제에선 전원이 탄핵에 찬성해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이 결정된다. 윤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정형식 재판관 1명만 탄핵에 반대해도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수 있다. 반면 9인 체제가 완성되면 4명이 반대해야 탄핵소추안이 기각된다.
내년 4월 18일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이 예정돼 있어 그 전에 국회 추천 몫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탄핵 심판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같은 여당의 주장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상반된 입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앞서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도 “헌법재판관이 공석이 됐을 때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히며 헌법재판소 역시 한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의 후보자들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헌법재판소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되기 전까지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 여당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로 국회 추천 재판관은 거의 대부분 여야 합의를 거쳐 추천됐다는 전례를 강조해 왔다.
● 한 권한대행, 25일 각계 의견 들어
권한쟁의심판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간에 권한 범위 등에서 다툼이 발생한 경우 어디까지가 어느 기관의 책임과 권한인지를 헌법재판소에 가려 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이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