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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공개 후 세계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오징어 게임’ 시즌1은 조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오일남 역할을 맡은 배우 오영수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처음으로 연기상(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조연의 힘을 보여줬다. 시즌2는 다른 드라마에서 주연을 꿰찰 만한 스타 배우들이 조연을 맡아 화제를 모은만큼 이들의 활약에도 눈길이 간다.
‘현주’(박성훈)도 눈여겨볼 캐릭터다. 현주는 원래는 남자였지만, 여성으로 성별을 바꾸는 과정에 있는 트랜스젠더(성전환자)다. 성전환 수술을 더 받기 위해 게임에 참가했다. 현주는 사회에선 차별 받았지만 게임 내에서 언제나 약자에게 친절하다. 군인 출신이라 후반부 대규모 총격전을 이끄는 주요 역할을 맡았다. 약자가 오히려 강자에 대한 포용성을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시즌1의 외국인 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를 생각나게 한다.
한국의 사회적 현상도 폭넓게 담았다. 먼저 투자 권유 유튜버 ‘명기’(임시완)와 그의 여자친구 ‘준희’(조유리)가 각자 게임에 참가한다. 명기는 유튜브를 통해 코인 투자를 권유했지만, 코인이 폭락하자 쫓기는 신세다. 준희 역시 코인 투자에 실패해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두 사람은 게임 내에서 서로 갈등하면서도 도우며 긴장감을 더한다.
기훈의 동네 친구 ‘정배’(이서환)도 게임에 참가한다. 정배는 시즌1에서 ‘기훈’(이정재)와 함께 경마장에 다니고,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돈을 빌려달라는 기훈의 요청을 거절한 인물. 시즌1에서 서울대 출신 동네 친구 ‘상우’(박해수)처럼 기훈의 어린 시절을 상기시키는 인물이다. 기훈이 자신의 속마음을 순순히 털어놓고 의지하는 인물로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다.
다른 참가자의 사연도 가슴을 절절히 울린다. 아들 빚을 갚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엄마 ‘금자’(강애심)와 그의 아들 ‘용식’(양동근)처럼 모자(母子)가 함께 참가한 경우도 있다. 화가 ‘경석’(이진욱)은 병에 걸린 어린 딸의 수술비를 갚기 위해 참가했다. 해병대 출신 ‘대호’(강하늘)처럼 막무가내지만 극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인물도 주목할만하다. 참가자들의 사연에 신파가 짙긴 하지만, 풍부한 사연이 분명한 동기를 부여해 서사의 설득력을 높인다.
기훈과 대척점에 서서 게임을 운영하는 ‘프런트맨’(이병헌)의 사연도 나온다. 왜 프런트맨이 게임을 운영하는지, 현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지니게 됐는지 등 시즌1에서 미처 풀어놓지 못한 이야기가 담긴 것. 프런트맨의 동생 ‘준호’(위하준)이 기훈과 함께 형을 찾으려 하는 과정도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