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선출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4.12.26/뉴스1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의 임명동의안이 야당 주도로 26일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며 대부분 표결에 불참했다. 조경태·김상욱·김예지·한지아 의원만 투표에 참여했다. 국회를 통과한 임명동의안은 정부로 이송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게 즉시 임명할 것을 압박했지만, 한 권한대행은 표결을 앞두고 여야 합의안이 제출될 때까지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재석 195명 중 찬성 193명, 기권 1명, 무효 1명으로 가결했다. 정계선 후보자는 찬성 19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조한창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찬성 185명, 반대 6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통과됐다. 정·마 후보자는 민주당이, 조 후보자는 국민의힘이 추천했다. 앞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3~24일 이들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했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틀 내내 청문회에 불참했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첫 변론준비기일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은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동의해야 최종 인용 결정된다. 하지만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헌재는 두 달째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3인의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6인 체제에서 탄핵심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6인 체제에서도 탄핵심판은 가능하지만 1명이라도 반대하면 탄핵안은 기각된다. 민주당은 임명 절차에 속도를, 국민의힘은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여당 불참 속 조경태 의원과 함께 참석, 대화하고 있다. 2024.12.26/뉴스1
한 권한대행은 여야가 합의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권한대행은 본회의가 시작되기 약 30분 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어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재 재판관은 단 한 분도 안 계셨다”며 “헌재 재판관 임명에 대해 국민이 이견없이 수용할 수 있는 현명한 해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권한대행의 이같은 담화 내용을 겨냥해 “이번 헌법재판관 3인은 여야의 합의로 추천된 분들”이라며 “절차에 따른 임명 행위를 두고 여야 핑계를 대는 것은 궁색하고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를 합의해달라는 것은 사실상 안하겠다는 것이고 국회의 선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임명 행위는 새로운 창조가 아닌 형식적·절차적 과정인 만큼 임명권 행사는 당연하다는 것이 헌법학회 합의적 해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체없이 임명절차를 마무리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미리 준비해둔 한 권한대행의 탄핵안을 꺼내들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후 “권한대행을 수행할 자격도 헌법을 수호할 의지도 없음이 분명해졌다”며 “한 총리 탄핵안을 즉시 발의하고 오늘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표결은 27일 본회의에서 진행할 방침이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가장 근본적 탄핵사유는 내란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권한대행 탄핵 가결 정족수에 대해선 ‘재적의원 과반 찬성’이라고 못박았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