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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철강-2차전지산업 지원, 실기해선 안 된다[기고/이강덕]

입력 | 2024-12-26 22:51:00

이강덕 포항시장


비상계엄 사태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거센 상황에서 정치 리더십마저 실종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형국이다. 자칫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산업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포항시는 초비상이다. 지난해 2차전지 특화단지 선정 등 제철보국(製鐵報國)을 넘어 전지보국(電池報國)을 향한 제2의 도약에 나섰으나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적 수요 둔화, 중국산 저가 공세 영향이 크다.

우선 철강업계의 경우 공장 가동률이 해마다 하락해 일부 공정에선 60∼70%에 그친다. 올해 3분기(7∼9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8.6% 감소한 포스코는 7월 포항 제1제강공장에 이어 11월 1선재공장을 폐쇄했다. 현대제철도 같은 달 포항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철광석 등 원자재 상승에다 환율 급등으로 내년에는 수익 감소 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관세 장벽까지 예상돼 포항 지역 협력사들은 심각한 경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2차전지 업계 역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포항 2차전지 앵커기업들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미국의 배터리 지원 정책 축소 우려로 공장 투자는 지연되고 있으며, 착공 후 공사 미시행 규모도 수조 원대에 이른다.

주력산업의 연이은 가동 중단, 투자 축소로 민생(民生)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고용 불안에 따른 소비 위축은 경기 침체로 연결되고, 지속적 인구 감소는 경북 최대 도시의 소멸 우려로 이어진다. 포항 인구는 2021년 50만3456명에서 3년 사이 1만1000명 이상 줄었다.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포항시는 정부, 국회에 대책 마련을 요청해 왔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지원금 확대, 국내 기업 의무할당제, 세액공제 현금 환급, 산업용 전기료 인하 등이다. 아울러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신규 지정과 ‘중소기업특별지원구역’ 지정 연장도 건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은 관련 특별법에 따른 ‘경제산업 분야 특별재난구역’이다. 대규모 휴·폐업, 실직 위기에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신속하게 지원하는 제도다. 2018년 한국GM 공장 폐쇄로 군산에, 조선업 침체로 울산·창원·목포 등에 적용된 바 있다.

포항시는 11월 산업위기대응 전담 태스크포스 구성에 이어 이달 9일 ‘지역안정대책반’을 가동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특례보증 재원 2000억 원 조성, 공공재정의 선제적 투입으로 마중물 효과 극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취약계층 지원 또한 강화한다.

시민들에게는 경제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도록 송년 모임 참여 등 건전한 소비문화 지속을 당부하고 있다. 외지인 참여율이 83%에 이르는 새해 ‘호미곶 한민족해맞이축전’을 어느 해보다 풍성하게 준비 중인 것도 그 연장선이다. 민생경제를 위해선 가용역량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규모 국책 사업, 지역 현안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은 정부와 국회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치 상황과 별개로 시급한 민생 현안에는 여야가 적극 협조해 경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강덕 포항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