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스페인의 모르시야(morcilla), 프랑스의 부댕(boudin)을 비롯해 이탈리아, 영국, 동유럽(옐리토, jelito), 몽골,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까지 순대와 비슷한 것을 먹는다. 우리나라 순대와 생김새마저 매우 비슷한 것도 있다. 이를 본 어떤 음식학자들은 서양, 몽골, 심한 경우 시경(時經)의 기록을 들면서 중국 지방의 순대가 우리 순대의 뿌리일 것으로 추정해 이들이 어떻게 들어왔을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그럴듯한 설을 만든다. 음식 발달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20세기 조선 시대 말까지도 시골에서는 동네에 큰 잔치가 있을 때 닭, 돼지 심지어 소까지 잡았다. 소의 경우는 읍내에서 잡아 오거나 전문가의 손을 빌려 잡는 경우가 많지만, 돼지는 대부분 동네에서 잡는다. 돼지는 그 피를 모두 빼는 것이 고기 맛과 질에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목의 동맥을 끊어 피를 빼내어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피를 항아리에 받아 주로 파나 부추를 넣어 보관해 두었다. 또한 내장과 창자도 아까워 이를 버리지 않고 어떻게 맛있게 먹을 것인지 고민하였다. 소나 돼지의 창자를 뒤집어서 잘 씻은 다음, 이 창자에 받아낸 피를 부어서 삶아 낸 것이 순대다. 우리 조상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 가장 처음 하던 일이 바로 누린내를 비롯한 잡내를 없애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각 지방의 순대 맛과 비결이 달라졌다.
결과적으로 순대라는 음식은 같으나 나라별, 지역별로 만드는 방법이 가지각색이다. 그래서 세계에는 매우 다양한 순대가 존재한다. 그 나라 식문화에 따라 먹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유명한 순대가 지역별로 따로 있고, 만드는 법도 조금씩 다른 이유이다.
서양은 접시 문화여서 순대를 대부분 요리 형태로 꾸며 맛을 내어 먹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밥상 문화이기 때문에 순대를 국 형태로 주로 먹었다. 순대 문화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순대가 지금 K푸드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