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기업·금융권’ 알뜰폰 점유율 60% 족쇄…新사업자 등장 막히나

입력 | 2024-12-28 16:25:00

이통3사 자회사·은행 등 점유율 60% 제한…국회 과방위 통과
남은 점유율 8.2%에 불과…우리은행 등 시장 진입 어려워져
업계 “영세 알뜰폰 보호 실효성 낮아…소비자 편익 침해 우려”



ⓒ뉴시스


이동통신사 자회사와 은행 등 대기업 계열사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으며 규제에 속도가 붙자 알뜰폰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규제가 영세 사업자 성장 여력을 확보해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고 이용자 편익을 증진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되레 신규 사업자 시장 진입이 막혀 알뜰폰 산업이 위축되고 소비자 편익이 저해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가결했다. 해당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심사를 받은 후 국회 본회를 통과하면, 내년 시행이 전망된다.

이 법안은 알뜰폰 시장 공정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대기업 또는 그 계열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60% 이내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점유율 규제 대상은 SK텔레콤 자회사 SK텔링크, KT 자회사인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 자회사인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 등 이동통신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꼽힌다. KB국민은행의 자회사인 KB리브모바일, 에스원 등도 대기업 계열에 포함된다.

현재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하면 47%다. 여기에 KB리브모바일과 에스원을 포함하면 51.8%에 이른다. 법안이 시행돼 대기업 계열 알뜰폰 점유율이 60%로 제한되면, 단순 계산으로 추가 점유율 확대폭은 8.2%에 불과하다.

이밖에도 법안에는 과기정통부 장관이 이동통신서비스 재판매 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가입자수 산정 및 재판매시장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60% 제한시 남은 점유율 8%에 불과…우리은행 등 시장 진입 유인책 떨어져

이 법안이 최종 발효되면 대기업 자회사나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신규 영업 및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알뜰폰 브랜드 ‘우리WON 모바일’을 연내 출시할 것을 계획했으나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이 늦어지면서 내년으로 밀렸다. 이에 더해 대기업 알뜰폰 계열사 점유율 규제가 속도를 내면서 사실상 우리은행의 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남은 8% 점유율을 나눠 갖기 위해 우리은행이 시장에 진입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라며 “남은 점유율을 갖고 이통3사 자회사와 리브엠 등이 치열하게 경쟁할 텐데, 우리은행이 시장에 들어와 봐야 얻을 이윤이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여당은 통신 3사의 자회사만 대상으로 점유율을 50% 초과하지 못하게 하고, 금융권 자회사에 대해서는 규제를 두지 않으려고 했다. 아울러 중소 알뜰폰 보호를 위해 내년 4월 일몰 예정인 ‘도매대가 사전규제’를 부활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대안에는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통3사 50% 제한, 도매대가 사전규제가 핵심인데 반영되지 않았다. 정책 실행의 주체인 정부 의견이 누락된 거라고 보여진다”라며 “알뜰폰 사업 취지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 대표되는 과점시장인 통신 시장의 경쟁 촉진을 위해서다. 그런데 대기업 점유율을 60% 제한하면 이통사 과점 구조가 더 강화되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했다.

박충권 의원 역시 “글로벌 추세를 보면 은행과 IT기업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업체들은 통신 경험 없지만 잠재력이 있고, 시장 경쟁이 활성화 돼서 국민들이 알뜰폰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라며 “대기업은 제외하고 통신3사 계열만 점유율 규제를 하자는 게 정부안과 여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그런 수치(60%)는 조금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중소 알뜰폰 보호 취지와 달리 실효성 우려…알뜰폰 업계 “영세 보호 지원책이 우선”

알뜰폰 업계에서는 야당이 해당 법안의 점유율 규제 취지로 중소 알뜰폰 사업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금융권 점유율을 제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중소 사업자를 선택할 유인이 없다”라며 “중소 사업자가 요금을 낮추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등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법안 시행 시 토스 알뜰폰 ‘토스모바일’, 태광의 알뜰폰 브랜드 ‘티플러스’ 등 중견 사업자들이 대기업 점유율 규제에 적용될 것을 우려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어려워질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후생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통3사 중에서는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간 희비가 갈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알뜰폰 이동에 따른 기존 이동통신(MNO) 가입자 이탈을 우려해 MNO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사업자에 일정 비용을 받고 망을 임대해 관련 수익을 높이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 편익 침해도 우려된다. 대기업 산하 알뜰폰사업자가 24시간 고객센터 연결 등 고객 서비스(CS)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영세 알뜰폰은 요금제가 저렴한 대신 고객센터 연결이 어려워 소비자 선호도가 낮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내달 초 알뜰폰 경쟁 활성화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세종정부청사 인근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 간담회에서 “알뜰폰 시장을 이통사가 가지게 되면 영세사업자가 설 자리가 없다”라며 “영세사업자가 서비스 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고,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구조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