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전남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 현장을 방문해 현장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여 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하는 등 범(汎)정부 사고 대응에 나섰다. 직접 중대본부장을 맡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무안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예고하면서 총력전을 당부했다. 하지만 ‘경제 사령탑’으로 재난 대응을 총괄해본 적 없는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국무총리 역할뿐만 아니라 중대본부장 역할까지 ‘1인 4역’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향후 ‘컨트롤타워’가 적시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 崔 “모든 자원 투입해 대응” 대통령실도 재가동
최 권한대행은 29일 오전 9시 3분경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여 뒤인 오전 10시 7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처음 주재했다. 국무총리 직무대행으로서 중대본부장은 최 권한대행이 직접 맡았고 중대본 1차장과 2차장은 각각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맡겼다. 이후 곧장 사고 현장으로 향한 최 권한대행은 낮 12시 55분경 도착해 “이번 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점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현장에 설치된 통합지원본부를 통해 피해 수습과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중대본을 중심으로 필요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전남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 현장을 방문해 묵념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대통령실도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비서관 회의를 개최하고 결과를 최 권한대행에게 보고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후 6시 40분경 탄핵 이후 처음으로 페이스북에 “애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어려운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저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썼다.
29일 무안국제공항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119소방관들이 야간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정부는 일단 중대본부장을 맡은 최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부처 간 협력 체계를 유지하며 사고 수습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최 권한대행을 직접 보좌하는 기재부에 재난 대응과 관련한 경험과 조직 등이 부재한 만큼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행안부, 국토부 등 이번 사고와 관련 있는 부처가 적극적으로 재난 대응을 보좌한다는 것. 최 권한대행이 사고 수습에 주력해야 하는 만큼 기재부는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던 ‘2025년도 경제정책방향’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선 경제 관료 출신인 최 권한대행이 중대본부장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과 총리 직무까지 수행해야 할 최 권한대행이 중대본부장으로서 100%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재난 발생 시 중대본부장이나 중대본 차장을 맡아온 행안부 장관도 이상민 전 장관 사퇴로 공석인 데다 사고 수습에 중요 역할을 하는 경찰과 군 역시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중대본 구성에도 일부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한덕수 총리가 중대본부장을,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각각 중대본 1, 2차장을 맡았고 회의 주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