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티켓 가격, 1년새 9.5% 상승 “재관람 할인도 줄어 지갑 열기 부담” 외국가수 내한공연 100만원 넘기도 공연계 “제작비 올라 인상 불가피”
공연 티켓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뮤지컬 알라딘(위쪽 사진)은 9만∼19만 원, 올해 8월 공연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아래 사진)는 티켓 최고가가 12만 원으로 역대 연극 최고가를경신했다. 각 공연 제작사·기획사 제공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VIP석에서 4인 가족이 문화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80만 원에 육박하는 돈을 내야 한다. 뮤지컬 ‘알라딘’은 티켓 최고가가 19만 원, ‘지킬 앤 하이드’는 2021년 시즌보다 2만 원 오른 17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충성도 높은 ‘회전문 관객’까지 지갑 열기를 주저하기도 한다. 대학생 때부터 공연 관람을 즐긴 전모 씨(30)는 “출연진 조합을 바꿔 보는 재미가 크지만 요즘은 후기를 미리 꼼꼼히 살펴본 뒤 꼭 보고 싶은 조합만 본다”며 “예전보다 재관람 할인이 줄어 소득이 없던 학생 때보다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내년에 내한하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6만6000∼108만 원에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각 공연 제작사·기획사 제공
내년 뮤지컬 ‘위키드’, 세계 3대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등이 예정된 가운데 지나치게 오른 티켓 가격이 문화 생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7일 발표한 ‘2024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소비 위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보편화 등의 영향으로 월평균 여가 비용은 전년보다 7.5% 줄어들었다. 공연계는 각종 제작비, 물류비는 물론이고 환율과 인건비까지 줄줄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할인 프로모션이 줄고 일회성 관객이 유입되면서 매출액은 늘었으나 활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제작·기획사끼리 관객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살피며 추가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