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發 여객기, 무안공항 외벽 충돌후 폭발… 2명 구조 “새 떼 충돌” “랜딩기어 작동 안해” 목격자 증언 잇달아 崔 권한대행 “특별재난지역 선포, 7일간 국가애도기간”
국내 발생한 최악의 여객기 사고 29일 오전 9시 3분경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끝 외벽과 충돌한 제주항공 여객기 주변을 소방관들이 수색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승무원을 포함한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남녀 승무원 2명은 여객기 꼬리 부근에서 극적으로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무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9일 태국 방콕을 출발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불시착한 뒤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 1997년 미국 괌 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으로 229명이 숨진 뒤 27년 만에 벌어진 최악의 우리나라 여객기 참사다. ‘버드 스트라이크(새 떼와 충돌)’와 랜딩기어(바퀴) 미작동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당국은 블랙박스 기록 등 조사에 나섰다.
이날 오전 태국 방콕공항에서 이륙한 7C2216편은 5시간 뒤 무안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항공기가 무안공항에 접근할 무렵인 오전 8시 57분 관제탑은 ‘조류 충돌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2분 뒤 조종사는 ‘메이데이’(긴급구조신호) 호출을 했다. 그로부터 2분이 지난 후 7C2216편은 착륙을 시도했지만 바퀴가 동체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몸통으로 활주로에 부딪히듯 착륙했다. 이후 수백 m를 미끄러져 가다가 조종석 부분으로 공항 담벼락을 들이받은 뒤 오전 9시 3분 폭발했다. 기체는 꼬리날개가 있는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새카맣게 불탔다.
제주항공 등에 따르면 이 여객기에는 한국인 승객 173명과 태국인 승객 2명 등 승객 175명, 기장 등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중에는 단체관광을 떠난 화순군 공무원, 3세 아이를 데리고 첫 가족여행을 떠났던 부부와 광주 지역 여행사가 모집한 ‘크리스마스 여행’ 상품으로 태국으로 향한 이들도 있었다. 생존자 2명은 꼬리 쪽 칸에 타고 있다가 생명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공항은 2007년 개항 이후 최근 3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기 국제선이 끊겼으나 최근 다시 부활했다. 그 첫 노선이 무안∼방콕 제주항공 노선이었는데 불과 운항 21일 만에 사고가 벌어졌다. 무안공항은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하고 대응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또 이날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무안공항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