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지목되는 사고 원인은… ‘조류충돌 때문’ 특정하기는 일러 “기내 연기 유입에 비상착륙 가능성”… 복행후 착륙 방향 바꾼 이유도 의문 정확한 원인 규명 최소 1년 걸릴듯
사고 여객기 오른쪽 날개의 엔진 뒷부분에서 하얀 연기가 나오고 있다. 새떼가 엔진과 충돌해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채널A 캡처
국토교통부는 29일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조사원 8명 등을 현장에 급파했다. 국토부는 외부 환경 요인이나 기체 결함 등 사고 원인과 함께 조종사나 공항 측의 규정 위반 여부까지 ‘투 트랙’으로 조사에 나선다.
●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해 여객기의 랜딩기어(착륙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착륙을 시도하는 여객기의 오른쪽 엔진에서 불이나고 있다(첫번째 사진). 여객기가 연기를 내뿜으며 동체로 미끄러지듯 활주로를 주행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여객기가 활주로 끝 외벽에 부딪치고 있다. 독자 이근영 씨 제공
의문은 비상 착륙이 참사로 이어진 과정이다. 사고 동영상을 본 조종사들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7C2216편은 무안공항 01방향 활주로로 접근을 하다가 엔진 계통에 문제가 발생해 ‘고어라운드(go-around·복행)’를 했다. 일반적인 경우 복행을 한 이후 항공기 상태를 점검한 뒤 원래 착륙을 시도했던 01방향 활주로로 다시 착륙을 시도한다. 그런데 7C2216편은 복행과 동시에 곧장 방향을 180도 틀어서 19방향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했다. 기름을 버리지 않아 폭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지만, 해당 기종은 공중 방류 기능이 없다.
● 랜딩기어 등 기체 결함 가능성도
사고 기종인 B737-800 항공기는 랜딩기어가 자동으로 펼쳐지지 않으면 수동으로 펼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기장이 수동 작동 지시를 내리면 부기장이 수동 레버를 돌려서 랜딩기어 등을 펼친다. 일각에선 기내로 연기(스모크)가 들어오면서 수동 전환을 하지 못한 채 급히 동체착륙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항공사 기장은 “기내로 스모크가 들어오면 이유 불문하고 배(동체)로 착륙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되는 가운데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다. 2024.12.29. 뉴시스
● 정확한 사고 원인 밝히는 데 최소 1년 전망
이번 참사의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우선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과 기체 결함 여부, 동체 착륙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장 등 승무원이 안전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했는지도 조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잔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증거를 최대한 수집해야 한다”면서 “기장이 안전 지침을 제대로 지켰는지를 비롯해 정비 이력이나 교육훈련일지 등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