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장기기증 하고 싶다는 이야기 남겨 가족들 박 씨 의지 따르고자 기증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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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전 서울올림픽에서 금보다 값진 은메달을 따냈던 여자하키 국가대표 선수 출신 박순자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박 씨가 생전에 기증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남겼기에 가족들은 그의 뜻을 지켜주고자 뇌사장기기증에 동의해 심장과 폐장(다장기 동시 이식),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하고 숨졌다고 30일 밝혔다.
올해로 58세였던 박 씨는 두통으로 치료를 받던 도중에 저녁 집 근처 수영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박 씨는 기증이 적어 이식을 받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TV 방송을 본 후, 내가 죽게 된다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증을 하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가족들은 박 씨의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을 보며, 생명나눔을 실천하고자 했던 박 씨의 의지를 따르고자 기증을 결심했다.
박 씨는 여자하키 국가대표 은퇴 후 생활가전 유지보수 팀장으로 근무했다. 퇴직을 준비하며 건강한 신체로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처럼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했다. 또한, 매월 불우이웃 후원을 해왔으며 봉사와 나눔에도 꾸준한 활동을 했다.
박 씨의 아들 김태호 씨는 “엄마. 나 키우느라 고생 많았고, 아들 취업했다고 같이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함께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 한 것이 너무 아쉬워요”라며 “엄마는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줬는데 나는 그러지 못한 거 같아서 미안해요. 엄마 많이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에서 우리나라를 널리 알린 여자하키 국가대표이자, 삶의 끝에 4명의 생명을 살린 영웅 기증자 박순자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러한 기증자의 따뜻한 마음이 연말 사회 곳곳에 따뜻한 온기로 퍼져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