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의 ‘원양포획’ 조사로 민간 기업 옥죄
FT가 중국 증권 규제기관에 제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82곳의 최고위급 인사가 구금됐다. 중국의 상장 기업들은 지배 주주나 회장, 최고경영자(CEO)의 구금 여부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일반 임원들까지 포함할 경우 구금 이상의 법적 조치를 받은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최대 전기스쿠터 제조업체인 아이마 테크놀로지(Aima Technology Group)의 장젠(張劍) CEO는 지난 10월 청더(承德)의 반부패 전담 부서에 의해 구금됐다. 장 CEO의 자택과 회사 본사는 청더시와 수백km 떨어진 텐진(天津)에 있으며, 청더에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사 관계자는 “청더시에서 구금 사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면서 “구금된 대표들은 대부분 두세 달 안에 풀려난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투자자는 “일부 지방정부가 부유층에게 벌금을 부과하기 위해 그들의 자산을 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하이의 한 변호사도 “일부 의뢰인이 근거지가 아닌 지방 정부로부터 부당한 법 집행을 경험했고, 이런 관행은 중국 내 기업 환경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정부의 기업 옥죄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중앙정부가 직접 나섰다. 리 총리는 23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불규칙한 기업 관련 행정 감사로 기업의 정상적인 생산 및 운영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감사 대상을 명확히하고 무작위 조사 등 감사 횟수를 줄이는 내용을 포함한 ‘기업 행정 감사에 대한 의견’을 채택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도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원양포획식의 불법적인 법 집행의 검은 손을 끊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