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시점-인물 논하는 건, 늘 새로운 모험 ● 당선소감
문은혜 씨
오랫동안 문학을 사랑해 왔다. 언어의 간극 사이로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기쁘고, 행복했다. 이미지 없이도 문자가 둥둥 흘러가는 세계에서 플롯과 시점과 인물을 논하는 일은 늘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설렘이었다.
언어 사이를 누비며 상상하는 것과 다르게, 영화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감각을 통해 좀 더 입체적인 화려한 감각의 선물을 받는 것 같았다. 문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좋아하지만, 어떤 점에서 이 영화가 왜 좋다는 표현을 하기 어려웠다. 매년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집 근처에 있는 영화의 전당은 그런 내게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다양하게 기획된 영화를 접하게 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영화라는 장치에 관해 어린애가 조금씩 말을 배워가듯 영화를 읽는 법을 익혀갔다.
그러던 어느 날 ‘왜 평론을 쓰려고 하냐’는 말에 쭈뼛쭈뼛 말을 못 한 적이 있다. 이후로 그 질문은 내 마음에 아직 남아 있다. 여전히 평론의 자리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 고민이 있다. 아직 내겐 부끄러움이고, 마음의 빚을 지는 자리다. 원전 텍스트에 빚을 지고, 이론에 빚을 지고, 여러 평자들의 관점에 빚을 진다. 그 틈새로 내가 경험한 영화적 감각을 잠시나마 비출 뿐이다. 이것만으로, 내가 쓰는 이야기가 작품의 가치와 미학을 논하는 평론이 될 수 있을까 두려움과 떨림이 있다. 평론의 자리는 어떠해야 하는가는 내게 남은 과제가 될 것이다.
△1974년 부산 출생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성대 국어국문학과 석사 및 박사
담장 안과 밖… 이상적 관객의 가능성 보여줘
● 심사평
김시무 씨
담장을 사이에 두고 저쪽에서는 악의 끔찍함이 자행되고 있다. 아니, 자행되고 있다고 추정된다. 카메라는 결코 그 담장 밖을 비추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이쪽에서는 그야말로 평온하고 안락한 일상생활이 영위되고 있다. 그래서 관객은 담장 안의 이미지에만 집중하게 된다. 미장센 자체가 가해자를 관찰하는 시선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영화의 관객은 도대체 누구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역사의식이 증발되고, 적극적인 관객이 소멸되고 있는 세태 속에서 심미적인 감동을 경험하고 성찰하고 실천할 관객은 언제쯤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그러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는 평자는 그러한 이상적 관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김시무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