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희곡의 편에서 살아갈 것 ● 당선소감
윤주호 씨
그러니까 희곡은 저에게 판타지입니다. 물론 희곡 속에서 인물들이 자기가 할 말을 똑 부러지게 잘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희곡 속에서도 인물들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지 못하고, 서로를 오해하고, 싸워야 할 때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해 후회하곤 합니다. 그래도 그들은 전달되지 않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오해에서 이해로 넘어가기 위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그러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결말에 이르기 위해 말하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포기하고 도망친 대화의 역사와 같은 저와 비교했을 때 희곡의 인물들은 훨씬 더 용감하고, 끈기 있고,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저는 희곡의 편에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이번 당선이 저에게 적어도 그 정도의 용기는 내 보라는 응원같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겁쟁이가 가질 수 있는 용기로 계속 써 나가겠습니다.
△1992년 부산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재학
‘불확실’을 밀도 높은 완성도로 짚어
● 심사평
장우재 씨(왼쪽)와 최진아 씨.
전반적으로 볼 때 중간 수준의 작품들은 줄고, 준수한 작품과 아직 글쓰기가 덜된 작품은 많았다. 이 중 아쉬운 것은 많은 작품들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의 영향을 받아 쓰인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연극의 표현 방식이 과거보다 풍성해져 서사를 전개할 때 다양한 방식들이 가능해졌지만,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오히려 관객을 깊이 깨우는 ‘알맹이’를 탄생시킨다는 것은 희곡만의 장점이라는 생각이다.
‘이명’, ‘고도 스돕도 아닌’, ‘괜찮으세요?’, ‘2025년 신춘 문예 당선자 귀하’, ‘하여가’가 언급되었지만, 심사위원들은 단번에 ‘없는 잘못’을 선택했다. ‘없는 잘못’은 시대의 불확실을 토로하거나, 비명을 지르는 수준을 넘어 ‘불확실’ 자체를 밀도 높은 극적 완성도로 짚고 있었다. 마치 거기서부터 출발이라는 듯 ‘불확실’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 또한 선명하여 단연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