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밀림 하면 떠오르는 건 울창한 숲이다. 숲 높이가 20∼30m나 될 정도니 식물들엔 천국이 따로 없는 듯하다. 하지만 보기엔 좋아 보여도 막상 살아 보면 그렇지 않은 곳이 있는데 여기가 그런 곳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엔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야자나무는 이런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먼 길 떠나는 자식에게 여비를 두둑하게 챙겨주듯, 세상에서 가장 큰 열매를 만들어 그 안에 영양분을 가득 채운다. 오랜 시간 그늘에서 버틸 수 있어야 어쩌다 불현듯 찾아오는 기회를 낚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야자나무는 해안에도 사는데 이곳은 경쟁은 없는 대신 열매가 바닷물에 휩쓸려 갈 가능성이 태반이다. 바다를 떠다니는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방수 장치까지 장착하는데 열매가 크니 최대 3개월까지 버틸 수 있다. 전 세계 열대 지역에서 야자나무를 볼 수 있는 이유다.
동남아시아 열대림에 서식하는 덩굴식물 알소미트라는 치열한 경쟁을 헤쳐 나가는 다른 방법을 개발한 경우다. 자바 오이(Javan Cucumber)로 불리며 박과에 속하지만 오이와는 다른 식물로 역시 커다란 공 같은 열매를 맺는다. 그런 다음, 때가 되면 반쪽을 열어 씨앗들을 내보내는데 아래로 떨어지는 다른 씨앗들과 달리 공중을 멋지게 훨훨 날아다닌다. 씨앗에 아주 얇은 날개를 장착해 멀게는 10km까지 날아가게끔 한 덕분이다. 울창한 숲 천장 아래 공간에선 바람이 불지 않을 때가 많아서다. 이들을 두고 글라이더처럼 날아다닌다고 하는데 잘못된 표현이다. 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글라이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역시 울창한 숲과 같은 환경이 되면서 발붙일 곳은 물론이고 능력을 싹틔울 기회마저 사라져 가고 있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까지 횡행한다. 올해는 극한의 환경이라 할 수 있는 밀림 속에서 남다른 방법을 개발한 덕분에 잘 살아가고 있는 코코넛과 알소미트라처럼 모두 차별화된 나만의 능력을 만드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