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들에 전화도 돌려 2011년에도 올해도 이주호 주도 “정부 동결 요청, 더 버티기 어려워” 사립대 총장 3분의 2 “인상 검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들에 2025학년도 등록금 동결을 요청했다. 정부가 17년째 등록금 동결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31일 2025학년도 등록금 안정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 부총리 명의의 서한문을 대학 총장에게 송부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서한문에서 “그간의 등록금 동결 기조로 인해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대내외 경기 동향, 학생·학부모 부담, 엄중한 시국 상황을 깊이 숙고한 결과 동결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대학에서는 2025학년도 등록금을 동결해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서한문과 함께 10개 이상 주요 대학에 전화를 돌려 등록금 동결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차관을 지낸 이 부총리는 장관 취임 이듬해인 2011년 1월 22개 주요 사립대 및 국립대 총장들과 만나 등록금 동결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반값 등록금’ 도입을 주도했다.
이 부총리는 다만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에 대해 교내장학금을 전년 대비 90% 이상 지원하는 경우에도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한다”고 했다. 그동안 대학이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받으려면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것과 함께 교내장학금을 유지·확충해야 했다.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Ⅱ 유형 국고 지원이 끊기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동결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현재 정부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여서 지원과 규제를 통해 등록금 인상 자제를 요청할 동력도 약화된 상태다. 주요 대학들은 법정 상한 등을 고려해 등록금을 5% 안팎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동아일보가 10개 주요 대학에 등록금 인상 계획을 문의한 결과 6개 대학은 인상을 희망하거나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전국 4년제 사립대 총장을 대상으로 등록금 인상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도 응답자의 3분의 2는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거나 인상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