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이름으로 아빠를 용서하겠습니다.”
―이환경 ‘7번방의 선물’
“정의의 이름으로 아빠를 용서하겠습니다.” 이환경 감독의 2013년도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성장해 변호사가 된 예승이(박신혜)는 모의법정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당한 아빠 용구(류승룡)의 재심을 변론하며 그렇게 말한다.
딸을 잃은 분노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은 경찰청장의 협박 때문에 하지도 않은 죄를 자백하고 사형당하게 된 용구는 어린 예승과 마지막으로 헤어지면서 절규한다.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미안해요.” 그런데 이 절규는 울림이 크다. 잘못한 게 없고 죽을 죄를 짓지도 않았으며 미안해 할 필요도 없는 이가 구하는 용서가 담겨 있어서다. 그저 딸과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은 없는 죄에도 용서를 구할 만큼 절절하다. 이 장면은 감정을 파고들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진짜 잘못한 이들과 죽을죄를 지은 자들, 미안해야 하는 이들, 즉 용서를 구할 이들은 따로 있지 않느냐고.
잘못하고도 진실을 부정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 건 용구처럼 죄없는 이들을 고통 속에 가두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잘못한 게 있다면 서둘러 용서를 구할 일이다. 결국 진실은 밝혀지고 정의는 승리하기 마련이니.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